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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인문학 길잡이 - 초보자를 위한 인문학 사용설명서
경이수 지음 / 책비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초등 고학년 때인가? 엄마가 큰 맘 먹고 전집을 여러 질 한꺼번에 들여 주신 적이 있었다. 지금 얼핏 기억이 나기로는 큰 아이들이 보는 백과사전과 위인전, 세계 문학 등이었던 것 같다. 그 중 학교에 갔다 오면 손도 채 제대로 씻지 않고 자기 직전까지 파고들어 읽었던 것이 세계 문학 전집이었는데, 정확히는 몰라도 약 백 권은 족히 되는 장서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른이 된 지금에 와 돌이켜보니 양장본으로 만들어진 그 고급스런 세계 문학 전집의 대다수의 작품들이 ‘고전’ 혹은 ‘인문고전’이라는 이름으로 칭해지고 있지 않은가? 나와 동생의 결혼으로 집 평수를 줄여 가시며 헌책방으로 보내졌다는 그 장서들이 더할 나위 없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초보자를 위한 인문학 사용 설명서라는 부제를 가진 경이수 님의 친절한 인문학 길잡이를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나의 청소년기에 접했던 그 고전들이 하염없이 그리워졌다. 생각해보면, 그 때는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신나게 읽은 것이었으리라. 경이수 님의 말씀처럼 지금 다시 읽게 되면 또 다른 해석과 느낌을 가질 수 있으리라. 이 책은 말 그대로 인문 고전 열 다섯 편에 대한 섬세하고도 유쾌하며 친절하기까지 한 인문학 길잡이이다. 재미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살며 느끼는 공통된 고민거리라든지 물음을 먼저 제시하고, 이어 해답을 줄 수 있는 고전 소개를 하는 방식으로 구성 되어 있다.
열다섯 권의 인문 고전서에는 이미 읽은 책도 있지만 아직 못 읽어 본 책이 더 많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을 읽으며, 그가 실제 2년 2개월 동안 윌든 호숫가에서 살며 자급자족하고 문명을 멀리했던 삶, 그래서 더욱 탁월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묘사가 넘쳐난다는 그 작품을 읽으면서 힐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개해 놓은 책 중에 가장 읽고 싶은 책은, 단연,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저자의 30, 40대는 여행과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로 충만한 삶이었을 만큼 자유와 방랑의 시간을 꽤나 길게 보냈다고 한다. 그 중 조르바 역시 여행길에서 만난 실존 인물로,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지... 또한 내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대리 만족 또한 느낄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소개하시면서 책 속에 있는 나비에 대한 번데기 이야기에 대해 잠깐 소개해 주셨는데 그 부분이 마음에 콕 와 닿았다. 결론은, 서두르지 말고 안달 내지도 말고 자연의 리듬에 몸을 맡겨야 한다. 우리는 얼마나 안달복달 하면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가?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여유라는 낱말을 찾아줄 수 있는 작품임에 틀림없을 것 같다.
올해는 고전을 찾아 탐독하고 싶다. 경이수 님이 책을 덮으면서 제안하신 바와 같이 스마트 폰을 닫고, 고전을 펼쳐 들고 고전의 세계를 여행하고 싶다. 나의 내적인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편안해지고 자유로워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