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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4년 10월
평점 :
얼마 전에 위암 수술을 잘 마치고 퇴원하시는 길에 그간 지내셨던 곳으로 추정되는 병실 침대 앞에서 어린 아이처럼 환하게 웃고 있는 이외수 님의 사진을 보았다. ‘이외수 님’하면 함께 떠오르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라고도 할 수 있는 긴 머리는 짧고 단정해 졌고, 수염 또한 깨끗이 깎아버려 지나는 길에 마주쳤다면 못 알아볼 것만 같은 파격적인 변신이다. 퇴원 후 그는 트위터에 ‘오로지 암을 극복하고야 말겠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 생각도 않겠고, 인생을 더욱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살아가야겠다.’는 글을 남기셨다.
이외수 님의 신간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을 읽으면서 혼자 웃음 짓는 일이 많았다. 중간 중간엔 마치 나를 불러 놓고 하시는 말씀 같아서 혼자 답하고 고개를 끄덕거리고 가슴에 새겨두는 말들도 늘어났다. 작가님의 세상에 대한 푸념과 부드러운 듯 날카로운 비판,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소중히 알라는 가르침, 아울러 행복은 혼자만의 특권이어는 안 되고 남까지 함께 행복해질 수 있어야만 진정한 행복이라는 말씀을 읽으며 깨달음을 얻는다. 가볍게 읽히지만 여운이 많이 남는 책!
p101
머리 위로 하늘이 청명하다. 저 하늘을 한 장씩 오려서 우울증을 앓고 계시는 분들께 보내드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떠한 주제에 있어 화가 나 흥분하실 때는 귀여운 욕설도 사정없이 내 뱉으셔서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시며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시나, 때로는 위에 적어 놓은 문장처럼 섬세하게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는 시인 같은 면모를 자랑하실 때는 정말 위로 받는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이외수 님과 20년 지기라는 정태련 화백님의 그림에 있다. 말이 필요 없는 고요한 그림. 하지만 그 그림에는 흐름이 있고 안정과 평화가 있다. 정말 그야말로 안구가 정화되는 느낌이다. 정태련 화백님이 이 삽화를 그리실 때 에스토니아가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인 아르보 패르트의 음악을 들으시며 모티브를 얻고 영감을 구했다고 하셨다. 조용히 눈을 감고 음악을 듣고 있으니 화백님 말씀처럼 무려 4천 킬로미터에 가까운 해안선을 따라 평화롭게 드라이브를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p207
인생이 깊어지기 위해서는 희망도 필요하고 절망도 필요하다. 단지 포기라는 놈의 유혹만 과감하게 물리칠 수 있다면 기회는 반드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가끔 쓰러지면 어떤가.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이지. 그대를 응원한다. 힘을 내라.
이외수 님 글 중 인상 깊었던 또 다른 구절이다. 이렇게 응원해 주시니 힘이 불끈불끈 솟는 느낌이다. 이러한 것이 바로 책을 읽게 되는 이유이다. 나는 마음이 힘들 때, 인덱스 붙여 놓은 이 페이지를 자주 열어 볼 것이다. 그리고 위안을 얻고 응원을 받아 다시 마음을 다독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오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