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농부와 산과의사
미셀 오당 지음, 김태언 옮김 / 녹색평론사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이 씌여진 동기에 대한 도입부터 시작해서 재미있는 글쓰기 방식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참 공부가 많이 됐습니다. - 광우병과 구제역을 통해 먹거리에 대한 대각성이 일어났다. 심각한 병적인 징후가 드러나서 먹거리에 대한 일대 전환이 일어난 것처럼 출산에 대한 각성이 일어나야 한다. 광우병과 같은 병적 징후가 출산시에 일어나서는 안되기에 - 이러한 심각한 우려를 바탕으로 이 책은 씌여졌다고 봅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의 저자는 세계 여러 도시를 여행할 때 그 도시가 밤길을 거닐만한 도시인지 아닌지, 즉 안전한 도시인지 아닌지를 그 도시의 출산 통계를 통해 파악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출산시 제왕절개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 도시는 밤길을 거닐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예컨대 멕시코시티, 로마, 아테네는 밤길을 걸어서는 안되고 스톡홀롬, 암스테르담, 도쿄는 밤길을 걷기에 안전하다는 비교적 정확한 결론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밤길이 안전하지 못한 도시의 출산시 제왕절개율은 이 글의 표현으로' 천문학적으로' 높다고 합니다.
이 처럼 출산시 기술적, 약물적 개입을 많이 받고 태어난 아이는 커서 더 폭력적이고 약물 의존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많고 그러한 개인들로 이루어진 사회 전체가 폭력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다란 것이죠. 그래서 출산의 방식을 바꾸어서 좀더 평화로운 세대가 태어나야 이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외치고 있습니다. "출산을 치유함으로써 지구를 치유하자."
특히 이 책의 미덕은 출산에 대한 산모의 생리적 반응, 즉 호르몬 분비와 산모의 심리적 측면과의 관계를 비교적 쉽고 소상히 기술해서 임신을 계획하거나, 임신중인 부부는 꼭 한번 읽고 출산에 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를 가지면 누구나 좀더 똑똑하고 건강한 아이를 낳아 기려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거기에 더해 아이가 좀더 평화롭고, 사랑이 충만한 아이가 태어나길 원한다면 이 책의 지침을 꼭 새겨 들을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무지에 메이고 전문가의 권위에 눌려서 출산이라면 이제는 의례이 병원에 가야한다는 심각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그리고 각종 초음파을 이용해서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본다는 것을 신기해 하는 '철없는' 산모들을 위해서 그것이 아이의 건강과 정서에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깨닿게 해 줄 것입니다. 또한 출산은 병원뿐만이 아니라 조산원(지금은 거의 사라져 버린)이나 심지어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오래된 상식'을 일깨워 줄 것입니다.
즉 출산은 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와 같은 부자연스러 공간인 病院에서의 출산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좀더 나아가 인간의 생명에 대한 과학의 태도가 얼마나 반생명적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야기가 더욱 큰 울림으로 전해지는 배경에는 아마도 이 책의 저자가 오랫동안 산과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했던 경험과 여러가지 연구자료를 철저히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자신이 직접 출산과정을 오랫동안 조력했던 경험을 통해 이러한 깨닮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기에 이 책의 메시지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저자의 바람처럼 대각성이 일어나서 평화로운 출산으로 인해 평화로운 세대들에 의해 이 사회가 좀더 살만한 곳으로 변해 갈 수 있기를 함께 염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