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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ㅣ 에세이&
김현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요즘 고민이 하나 있다. 현재의 삶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에 관한 고민. 글쓰기에 집중하면서 삶은 더 납작해지고, 다채로운 삶이라는 건 나와 거리가 멀다. 사람들은 각자가 부캐가 있다는데 내 생활은 책 아니면 글이다. 딱히 취미 같은 건 있지도 않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취미나 기호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상황에 맞게 간편하게 생각할 뿐. 이거 완전 현실형 사고 아닌가 싶다. 과거의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성향이 바뀌니 다시금 나를 알 수가 없다. 새로운 분기점이다.
두 번째 에세이& 시리즈인 김현의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를 읽었다. 두 번째 시리즈를 읽으니 이 에세이의 결을 알 것 같다. 유명 작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 그런 점에서는 특별한 기획이 들어갔다기보다는 의도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주 클래식한 에세이다. 그렇지만 그 클래식함이 어쩐지 요즘 들어 드물어지기도 했다. 각자의 개성 있는 특별한 키워드 하나를 정해놓고 연이어 에세이가 쏟아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꼭 유명 작가가 아니더라도 스스로의 일상 이야기를 소박하게 풀어놓는 이런 고전적인 형태의 글도 괜찮지 싶은 것이다.
성소수자이자 시인인 저자는 글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담백하게 풀어놓는다. 사실 글의 표현력이 담백한 편이고 표현력도 역시 시인답다는 느낌이다. 요새는 작은 것 하나에 감동을 받는 일이 어려웠다. 그것은 섬세하게 무언가를 들여다보거나 만지거나 하는 일에 무심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게 있어서 다정이란 가까이 두는 것이 아닐까 싶다. 너와 내가 가까이, 이토록 가까이 있다는 것. 그 거리를 기억한다면 거기에 삶이 숨어져 있다. 삶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그저 작은 다정함이 삶을 행복으로 바꾼다.
※이 글은 도서 출판사 <창비>에서 책을 지원 받아 작성자가 솔직하게 리뷰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