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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벌루션 No.0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통념과는 다르게 때로는 학교가 학생을 도태시킨다. 친구들과의 경쟁 과정에서 자연스레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음습하고 노골적인 손이 끼어들어 낙오자를 만든다. 부조리한 기득권은 안타깝게도 순수함이 지켜져야 할 학교에도 마수를 뻗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학생은 본분을 지키며 잠자코 그들의 권위와 폭압에 굴종하는 것이 맞을까? 저자 가네시로 가즈키의 대답은 다음 문장을 통해 분명해진다.

 

“무슨 잘못이 있는데, 그걸 사람들이 마치 당연한 일인 것처럼 여긴다고 해서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거야. 잘못이라고 분명하게 말하거나, 잘못을 인식시키기 위해 행동하는 인간이 필요해.(154) 

 

‘더 좀비스’는 바로 그 틀을 부수려는 소위 ‘꼴통’들의 반란을 주도하는 모임이다. 학교는 예년보다 200명이나 많은 신입생을 받아 교내 시설에 투자할 등록금을 챙긴 뒤, 온갖 이유로 그들을 자퇴하게 조장한다. 이러한 음모는 수학교사 아버지를 둔 노구치를 통해 드러나고, ‘더 좀비스’가 탄생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발단은 ‘저항’보다 친구를 지키려는 ‘의리’에 가까웠지만, 그들은 나름의 혁명 과정을 통해 부당함에 지지 않기 위해 맞서면서 진실을 밝히려고 한다. 미나가타가 수업 시간에 얼핏 들은 “생물의 진화는 언제나 위험과 함께한다.(29)”는 말은 곧 ‘더 좀비스’가 앞으로 맞게 될 운명, 나아가 한 인간이 굴레를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게 될 운명을 암시한다.

 

학생들의 요새(要塞)가 되어야 할 학교와 울타리가 되어야 할 선생은 오로지 이익만 추구하며 학생들을 이용한다. 학교 안에서 믿을 사람이라고는 자기 자신과 친구뿐이다. 학교와 선생에 대한 불신은 “선생에게 기대해 봐야 어차피 실망할 뿐이다.(30)”라는 미나가타의 독백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존경과 신뢰는 사라진 지 오래고 불신과 냉소, 적개심만이 교실을 채운다.

 

‘더 좀비스’는 앞서 말한 진화를 위해 위험을 겁내지 않는다. 심지어 ‘미나가타’에게는 만일의 경우 돌아갈 곳이 있지만, 친구들에게는 없다. 실패하면 낙오자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 미나가타는 은근한 죄책감에 휩싸이면서도 차분하게 혁명을 준비한다. 폭군으로 대변되는 사루지마 선생과의 합숙 훈련에서 탈주하는 것이다. 서로에게 의지하며 어두운 밤, 10미터 아래의 벽을 타고 내려가 또다시 담을 넘는 과정을 겪으면서 이들은 일종의 해독 과정을 겪게 된다. 실패하면 어떤가. 이제 혁명은 두렵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용감무쌍한 ‘더 좀비스’의 혁명은 하룻밤 천하로 끝나고, 모든 것은 ‘0’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들에게는 언제든 깨치고 나아갈 준비가 되어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학교 밖으로 뛰쳐나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지켜낼 의지가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며, 누구의 억압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임무를 완수하고 혁명가가 된 그들은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No. 0에서 진화를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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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터 Littor 2016.8.9 - 창간호 릿터 Littor
릿터 편집부 지음 / 민음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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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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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조작의 비밀 - 어떻게 마음을 지배하고 행동을 설계하는가
오카다 다카시 지음, 황선종 옮김 / 어크로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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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하지만 원리를 알아도 이해하지 못하겠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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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라고 하면 ‘꼭 읽어야 할 고전, 그렇지만 막상 읽을 엄두는 안 나는 책’의 대표작이 아닐까 싶다. 사실 몇 번을 펼쳐 들었지만, 아직도 끝까지 읽어보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에 나온 오종우 교수의 <무엇이 인간인가>를 접했고, 이 책이 <죄와 벌>에 대한 막연한 부담을 덜어주었다. 
  
<무엇이 인간인가>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통해 인간 내면의 본질과 인간의 품격에 관해 이야기한다. 단순히 <죄와 벌>의 내용을 해석하는 식의 피상적인 접근이 아니라 인물을 중심으로 그 인물이 벌인 사건과 그를 둘러싼 환경, 그리고 인간이기 때문에 겪는 내면의 갈등을 세심하게 읽어낸다. 주인공 로쟈가 보여주는 인간의 극단적인 양면성과 이기심, 자기합리화는 물론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일 것이다. 
  
한편으로 인간의 삶을 이루는 조건들도 살피고 있다. 가난과 극빈은 어떤 점에서 서로 다를까? 대의를 위해 소를 무시하는 공리주의는 과연 옳을까? 인간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해서 인간을 숭배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나를 먼저 생각하고 우선하여 아끼는 자기중심주의는 혹시 왜곡된 것이 아닐까? 저자는 ‘인격’과 ‘인권’의 개념으로 이런 물음들에 답한다. 
  
인격은 능력에 따라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특별하고, 저마다의 가치를 지닌다. 인간을 직급과 신분으로 구분하는 태도는 상대의 인격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다. 우리는 타인을 대하는 방식에서 그 사람이 인간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나아가 타인을 이해하고 정의를 이루려면 동정과 베풂이 아니라 ‘고통을 공감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 저자는 현대인이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사는지를 묻는다. 우리가 생각한다는 게 진정한 사유라기보다 계산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도스토옙스키는 계산적인 태도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삶의 자세로 보았다. 그렇다면 계산하며 산다는 것은 왜 문제인 걸까? 그것은 인간이 갈수록 계산의 요소가 늘어나고 셈법은 복잡해져서 이전과 다른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금에 와서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라는 고전이 어떤 힘과 가치를 지닐까. 저자는 “인간의 마음이 혼탁해지고 안락이야말로 인생의 핵심이라고 떠들어대는 현대의 사건, 바로 우리 시대의 사건”이라는 <죄와 벌>의 구절을 들어 말한다. 그야말로 우리 시대의 이야기인 것이다. 고전은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에 자꾸 생각해보라고 부채질한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다. 정답을 찾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해결하려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인간답게 사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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