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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구독의 시대 - AI 구독경제가 만드는 멤버십 계급사회
전호겸 지음 / 베가북스 / 2025년 6월
평점 :
<강제 구독의 시대>라는 신간이 나왔다. 이 책의 제목에서 '강제'라는 단어가 이목을 끄는 동시에, 조금 거부감이 들었다는 게, 이 책의 첫인상이었다. 나는 사실상 구독 경제와 크게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구독 중인 서비스는 고작 쿠팡과 애플 아이클라우드 정도라서?) 그럼에도 집어 든 건, AI라는 키워드 때문이었다. 과연 AI는 구독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챗GPT가 구독에 기반함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목차를 통해서도 보이듯, 구독경제에 기반하지 않은 생성형 AI는 큰 경제효과를 가져올 수 없으리라. 프롤로그에서 다음과 같은 소제목을 언급하기도 한다.
'위기가 일상인 시대의 유일한 성장 전략 구독경제'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시간을 온 세계가 동시에 겪으면서, 경제가 휘청이고 많은 이들의 삶이 위태로워진 반면, 그 가운데 살아남은 기업의 생존 문법이 바로 '구독' 경제에 있음을 말하고 있다. 구독경제엔 어떤 강점이 있을까?
- 고객들의 락인(Lock-in) 효과
- 목돈이 들지 않은 부담 없는 소비 방식
- 기업의 사업 예측 가능성 증대
그리고 이러한 구독경제는 구독 인플레이션 시대를 야기함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시대에 생존을 위한 유일한 해법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산업들이 AI 구독경제로 변화하고 있으며, 우리 기업과 정부, 개인은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까?
- 생성형 AI 서비스를 구독하는 고객 중 상당수가 장기간 유료 구독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제 구독의 시대> 40쪽
사실 거대언어모델(LLM)에 기반한 생성형 AI는 비용에 따라 차등된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나처럼 무료 버전만 사용하는 사용자와 우수한 기능의 유료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퍼포먼스는 아무래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리라. 그래서 '강제' 구독이 불가피한 시대를 맞이할 수 있겠단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해보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현재는 무료로 종종 이용하고 있는 챗GPT에 광고가 붙게 된다면? 나는 과연 그 수많은 광고를 다 감내하면서 무료로 계속 챗GPT를 이용할 수 있을까? (물론 현재는 그걸 다 감내하면서 무료로 네이버 애드나 구글 애드, 유튜브 애드 등을 모두 이용하고 있지만, 유튜브처럼 구독료를 내면 광고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된다면 이는 또 다른 얘기인 듯하다.) 아무튼 이 책에서는 '오픈AI'의 광고 시장 진출에 대해서도 다루는데, 그 부분을 읽으며 이런 생각도 덧붙여 해보게 되었다.
이 책은 2장에서 M7이 어떤 방식으로 구독경제를 도입하여 활용하고 있고, 그걸 통해 어떤 식으로 이윤을 창출하는지에 대해서도 다루는데 그 내용이 흥미롭다. 미국에서 이제 주행을 시작한 테슬라의 로보택시의 경우에도 향후 월 정액으로 구독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독자들에게 친숙한 삼성, LG, 쿠팡, 네이버 등에서 어떤 식으로 구독경제를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소개하는데, 나의 일상에 가장 많이 스며들어 있는 쿠팡(쿠팡플레이, 쿠팡이츠)에 대해서도 보다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사실 쿠팡이 지금처럼 영향력이 크지 않았던 시기엔, 쿠팡 와우회원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구독을 취소해 버렸었는데, 지금은 구독료가 더 비쌈에도 불구하고 로켓배송과, 너무 쉬운 교환-반품 시스템 등으로 인해 구독을 이용하지 않으면 손해라고 여기게 될 정도이니… 향후엔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을 AI로 인해 쿠팡과 같은 괴물 구독경제 기업들이 얼마나 손쉽게 탄생할 수 있을까?
현 정부도 '모두의 AI', '소버린 AI'로 나라의 방향성을 정하고 나아가고 있다. 이 책은 정부가 바뀌기 전에 초판 인쇄되었기에 현 정부와 관련한 내용은 담고 있진 않지만, 정부가 전폭적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AI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기에, 이 책의 6장에서 말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구원투수'로 AI 구독경제가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해보았다.
다들 AI를 어느 정도까지 활용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필자의 경우에는 뤼튼이라는 AI와 챗GPT 정도를 사용해 보았는데, 사용하는 동안 AI가 사용자에 대해 학습하고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은근히 정보를 수집한 듯한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사실 뤼튼에는 사용자에게 맞춤화하기 위해 사용자의 정보를 수집하는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AI가 사용자를 심리적으로 조종하거나, 호도하거나, 감성을 건드리거나, 가스라이팅을 한다거나 하는 식의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실감하고 살짝 사용을 멈춘 적이 있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 볼 때, AI가 구독경제와 결합하면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날지, 얼마나 더 락인 효과를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며, 결국 그걸 구독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을 지경이 되도록 만들어갈 수 있을지, 불 보듯 뻔하다.
이 책은 이미 구독경제와 관련한 책을 읽어본 경험이 있는 독자보다는, '구독경제 + AI'에 대해 이제 막 눈을 뜨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더 추천하고 싶다. 약간은 기존에 이미 알고 있던 내용에 대한 동어반복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고, AI에 대한 내용보다는 '구독경제'를 더 비중 있게 다루는 책이라는 인상이 들어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AI가 구독경제와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