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요일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다바타는 직사광선에 조금 익숙해진 눈으로 해를 마주보았다. 그리고 혹시라도 오늘밤 갑자기 자기가 모습을 감추면 도모미는 눈물을 흘릴까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울겠지. 그리고 언젠가 반드시, 눈물을 그치게 될 날도 오겠지. 아니,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거라 우긴다 해도, 그 날은 꼭 오고야만다. 울음을 그칠 날이 올 때까지 곁에 있어주면 된다고 다바타는 생각했다. 넌 바보야, 어리석어. 형은 그리 말할지라도 그런 식으로밖에 사람을 사랑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여보세요.”
다바타는 수화기 저편에서 잠자코 입을 닫아버린 형에게 말했다.
“태양은 말이지, 계속해서 보고 있으면, 더 이상 눈이 부시지도 않고, 뭐 아무렇지도 않게 되더라.”
-일요일의 운세 중에서-
요시다 슈이치의 신작 일요일들은, 작은 실패들로 상처투성이가 된 각 장의 주인공들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상처를 치유해 가는 모습을 잔잔한 시선으로 그려낸 근래에 보기 드문 수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마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서로 관련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나, 혹은 어디서나 살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번째 챕터 '일요일의 엘리베이터'의 주인공 와타나베가 일용직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낭비하는, 청년실업이라는 암울한 시대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요즘 우리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 주듯이.
평소 요시다 슈이치의 팬으로서 이번 소설에서 그의 작품세계가 더욱 확고하게 다져졌다는 생각이 든다. 일요일들에서는 요시다 특유의 리얼리즘이 그 빛을 더욱 반짝이고 있어 읽는 내내 큰 공감을 일으켰고 더불어 얼기설기 그물처럼 엮여 있는 독특한 구성이 소설의 재미를 더해주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