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국으로 날아가는 비행접시
곽재식 지음 / 구픽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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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괴물 박사님으로 뜨기 전에도 곽재식 작가는 이미 ‘곽재식 속도’로 유명한 작가였다. 연구원으로 일하면서도 한 달에 단편소설 한 편을 써내는 놀라운 속도, 그것이 곽재식 속도였다. 지금 활동을 보면 더욱 놀랍다. 사이버대 교수, 방송출연, 소설 작가, 비문학 작가로 활동 중인 작가의 출간 소식을 보면 거의 한 달에 한 권 정도 신작 소식이 들려온다. 스스로가 곽재식 속도를 넘어버렸다. 이런 작가의 신작. 이번에도 소름 돋는다(긍정적으로).

이번 신작은 13편의 엽편을 모은 엽편집이다. 단편소설의 분량이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70~100장이라면, 엽편소설은 20~30장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짧은 것은 7페이지, 긴 것은 26페이지로 짧디 짧다. SF소설이 처음이거나 곽재식 작가가 처음인 독자에게 첫 소설로 추천하기 좋다. 물론 짧은 만큼 압축되어 있는 내용들이다. 그만큼 일명 ‘장르 문법’, SF소설에 자주 쓰이는 스타일을 잘 모른다면 어렵거나 그냥 넘겨버릴 수 있는 부분들도 있다. 그렇다면 SF소설에 익숙해진 나중에라도 한 번 더 읽어보길 바란다.


<세상에서 가장 불온한 사람>은 사랑이야기이다. 슬픈 사랑. 주인공을 안타까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 때문에 세상 망한 이야기>는 말 그래로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가장 인간다운 이야기이다.

<나비 혁명>은 이 책에서 가장 무섭다고 평하겠다.

<댓 이머징 마켓>은 곽재식 작가의 장점 ‘이게 말이 되네?’ 가장 크게 느끼게 해 준다.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다.

<공수처 대 흡혈귀>는 공수처란 이름에 놀란 필요가 없다. 귀엽고 안타까운 흡혈귀 씨가 나올 뿐이다.

<비트코>는 우주 산업 초입 시대에 자리를 잘 잡은 양 과장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러다 갑자기 작가의 다른 작품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양 과장 이야기가 제대로 끝나지 않았는데, 이런 식의 카메오는 소설이 비뚤게 완결되었다고 느끼게 만든다. 참고로 비트코란 이름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천장의 공포>는 대한민국 입시의 공포를 잘 느낄 수 있게 한다.

<소원의 정복자>는 로맨스를 좋아하면 꼭 추천한다. 첫 번째로 실린 <세상에서 가장 불온한 사람>처럼 사랑이란 감정을 잘 쓰는 걸 알 수 있다. 차기작으로 로맨스를 쓸 생각이 있으면 좋겠다.

<해탈의 길>도 무서운 엽편 중 하나이다. 직접 읽어보시길.

<하늘의 뜻>은 주인공이 선택한 길이 내가 그가 그렇게 하길 바라는 대로 되었기에 대리만족을 느꼈다. 짧은 옆편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백투 유령여기 X2 자주 묻는 질문(FAQ)>는 강아지를 좋아하는 독자가 미소 짓게 만들 엽편이다.

<이상한 여우 가면 이야기> 속 민속신화는 나도 알고 있는 내용이라 친근하였다. 작가가 한국 신화로 열심히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친숙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이야기만 있을 것 같은 책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등장한다. 미영양식 시리즈의 미영과 양식, 가장 무서운 사건 시리즈의 이인선과 한규동이다.
두 시리즈는 항상 곽재식 작가가 애용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여성 사장과 남성 부하 직원 둘이서 작은 사무소을 운영하며 엉뚱한 사건들을 해결해 가며 얼렁뚱땅 어떻게는 살아가는 이야기. 두 시리즈는 배경이 한국과 우주라는 것 외에는 비슷한 구성을 띄고 있다. 각 시리즈는 별개로 두 권씩 발간되었는데, 이번 책에서 드디어 만났다. 심지어 앞뒤 연속으로 수록되어 있으니 그 이름들을 봤을 때 놀라움이란!
물론 두 시리즈를 모르더라도 책을 읽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작가의 다른 책들을 읽다 그들의 이름이 보인다면 반가워하면 될 뿐이다.


곽재식 작가는 2012년부터 X(구 트위터)에서 ’140자 소설‘을 연재 중이다. 트위터의 글자 수가 140자로 제한되어있던 시절에 플랫폼에 맞게 140자로 완결나는 초단편이다. 같은 구픽 출판사에서 2016년에 동명으로 출판된 바 있다. 초단편을 10년 넘게 연재 해왔던 작가의 엽편 쓰기 능력은 의심할바 없다. 곽재식 작가의 책을 많이 읽어보았다면 140자 소설 내용들이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왜냐면 그것들이 작가의 다른 단편 소설의 소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깨달았을 때 통쾌함이란! 이래서 곽재식 작가를 알게 된지 8년 넘게 좋아하고 있다.
참고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은 본인이 창작물이란 것을 깨달아 통탄하는 탐정의 이야기이다. 작가가 해방 후 탐정물은 쓴 적 있지만 아직 이 친구는 소재가 된 적이 없다. 7년 넘게 제발 장편으로 써달라고 작가에게 (속으로) 빌고 있다. 언젠가는 만날 수 있겠지.
# 140자 소설 링크 : https://x.com/gerecter2?s=21

#본 리뷰는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구픽 서포터스 2기의 일환으로 작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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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터 빌런
존 스칼지 지음, 정세윤 옮김 / 구픽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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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찰리는 입에 풀 칠을 겨우 하며 사는 임시교사이다. 심지어 아버지가 물려주신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다. 어찌 이 생활을 모면할 방도를 찾던 찰리에게 부자 외삼촌 제이크 볼드윈의 부고가 들려온다. 어디 콩고물이라도 떨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외삼촌이 사실 빌런이며 찰리는 그 사업을 물려받아야 한다는 청천벽력의 유언이 찾아온다. 심지어 자신의 고양이 헤라는 사실 삼촌의 직원이며 의사소통도 가능한 똑똑한 스파이라고 한다. 이 길에서 발을 빼려는 순간 찰리는 외삼촌의 숙적들에게 자신의 집이 폭파되는 것을 목격한다. 암살자까지 손수 방문해 준다. 찰리에게 더 이상 도망갈 길은 없다.



『스타터 빌런』(존 스칼지, 구픽, 2025)은 노인의 전쟁 시리즈, 상호의존성단 시리즈, 『레드 셔츠』(휴고상 수상) 등을 쓴 존 스칼지의 신작 소설이다. 그의 전작들과 같이 훌륭한 유머 솜씨가 진득이 담겨있다.

찰리는 007, 제임스 본드에 등장하는 빌런들처럼 온갖 첨단 기술로 국가와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는 슈퍼빌런들을 상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빌런이란 국가/기업/기관에 악의적인 방해행동을 하여 돈을 버는 사업가들이었다. 그들은 영화 같은 첨단 기술을 지니고 있지만, 세계 지배의 야욕보다는 돈을 버는데 혈열인 자들이었다. 심지어 빌런과 관계없는 가족들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마블코믹스에 나오는 악당들처럼 대단한 대의명분은 없다. 본인들의 돈이 더 즁요한 자들이다. 그들이 과연 죽을 만큼 나쁜 자들인가? 빌런이니까? 작가는 판단을 찰리와 독자에게 하게 한다.
참고로 한국인 빌런도 등장한다. 부산도 친절하게 언급된다. 한국인 독자라면 이 자가 어떻게 되는지 관심이 갈 것이다.

찰리에겐 외삼촌의 비서 마틸다 모리슨과 무려 부동사주이자 회사 회장인 반려고양이 헤라가 있다. 이들은 찰리에게 빌런의 경제구조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준다. 독자는 생소한 세계에 어려워할 필요 없이 찰리와 함께 그들의 친절한 설명을 따라가면 된다. 앞서 말했듯이 빌런들은 국가/기업/기관을 상대로 방해공작을 통해 돈을 번다. 이게 어떻게 돈이 되는지 듣다 보면 실제 세계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관심이 간다. 상호확증파괴가 어떻게 돈이 되는지도 알게 된다. 돈공부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미 세계 경제에 능한 독자라면 실제 세계와 소설 속 세계 경제 상황을 비교하며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존 스칼지는 실제로 고양이 3마리를 키우는 집시다. 소설 속 고양이들은 사랑스러우며, 유능하고, 어디에나 있기에 스파이로 적합한 존재들이다. 그들은 어디에나 있다. 국가, 기업, 기관, 개인 심지어 숙적들 속에도. 이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작가의 주접일까? 어찌되든 작가의 고양이 사랑이 느껴진다.

작가의 동물 사랑은 다른 존재들에게도 느껴진다. 바로 수중 공작원인 돌고래다. 외삼촌의 회사 소속 돌고래들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지능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클론 생명체이다. 이들은 번역기술을 통해 인간과 직접 소통이 가능하다. 고양이들도 컴퓨터 타자로 대화하는데!
“썩어빠진 부르주아들!” 돌고래들이 외친다. 이들은 노동투쟁 중이다. 같은 유전자 조작 동물인 고양이는 회사 간부진까지 앉았는데 돌고래들은 그렇지 못한다. 회사 후계자 찰리에게 노사협의를 요구하며 노조를 결성한다. 지능이 높은 만큼 욕도 잘한다. 아주 입이 걸걸한 친구들이다. 어떤 욕을 하는지는 직접 읽어봐야 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인 존재를 뽑으라면 바로 이 욕쟁이 노조원 돌고래들이다. 이들이 두렵거나 사랑스럽지 않게 느껴진다면, 혹시 당신도 부르주아의 마인드를 지녔는가?

존 스칼지는 『노인의 전쟁』을 통해 로버트 A. 하인라인의 후계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둘의 유쾌 활극 소설들에서는 비슷한 맛이 느껴진다. 『스타터 빌런』과 하인라인 사이에서 유사하게 느껴지는 작품은 『여름으로 가는 문』이다. 반려인간보다 유능하고 든든한 고양이 가족들(헤라-피트), 주인공에서 헌신적인 여성 조력자들(모리슨-리키), 타의로 황당무계한 세계로 던저진 주인공들(미래-빌런 세계). 주인공들은 원래의 안위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이다.
하인라인은 특유의 결혼 엔딩으로 유명하다.(결혼 엔딩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여름으로 가는 문』, 『별을 위한 시간』, 『더블 스타』를 읽어보길 권한다.) 그렇다면 『스타터 빌런』도 엔딩이 비슷할까? 마침 유능한 여성 조력자가 찰리 옆에 있다. 어떤 결말인지는 직접 읽어보시길.

일반 시민이었던 찰리는 고향의 펍을 그리워하여 지역 사람들이 그곳을 똑같이 그리운 장소로 기억하길 바라여 펍을 인수할 계획을 세웠다. 천재 고양들에게 과거 싸구려 사료를 먹였던 것에 미안해하고, 그들이 끝내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여린 심정을 지녔다. 고양이들이 습격에 다치지 않았을까 먼저 걱정하고, 돌고래들의 권리를 인정하여 노사협의를 진행하는 등 일반적인 도덕심도 지녔다. 반면 모리슨은 시종일관 찰리에게 빌런사업을 완수하길 강요하며 찰리를 위험에 노출시킨다. 찰리는 끝내 빌런의 길을 선택하며 그들과 같이 사악해질까?

유능한 조력자들이 있다고 찰리가 무능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는 만능형 주인공도 아니다. 명문대 출신의 전직 기자로서, 빌런들의 공갈협박의 허점을 눈치채고 스스로 판을 뒤엎기도 한다. 그렇지만 암살자와 미사일 습격에는 손수무책이다.
찰리는 우리 곁에 있는 평범한 이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찰리의 눈으로 같이 소설을 읽다 보면 찰리가 느끼는 황딩무계함과 도덕심을 같이 느낄 수 있다.

소설은 2023년에 출간되었다(국내:2025년). 최근 작품이며 코로나-19가 언급되는 만큼 소설은 우리의 현실과 가까운 세계를 그린다. 하드 SF, 스페이스 오페라 같은 SF가 어렵거나, 현대 판타지 장르를 좋아한다면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또한 존 스칼지의 저작 중에서도 가볍고 유쾌한 내용이기에 존 스칼지 입문작으로도 추천한다.

#제2차 구픽 독자 서포터즈 활동 글입니다.
#책은 구픽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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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시선 (반양장) -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2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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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요새 따뜻하고 귀여운 장르소설(주로 SF)만 읽었던지라 <율의 시선>을 읽기 시작했을 때 너무나 냉소적인 분위기에 독서를 이어가기 힘들었다. 내 편파적인 독서 이력에 반성하는 한편, 이렇게 차가운 도입부여도 대상을 받은 작품인 만큼 따뜻한 감동이 있으리라 기대하며 독서를 이어갔다.


 중학생 소년 '율'은 냉소적인 태도로 자신이 속한 또래 그룹을 관찰하며 나름의 생존전략을 마련하였다. 생존전략까지 필요한 청소년 사회를 보고 있자니 내 학장 시절을 회상하게 된다. 나는 율만큼의 관찰력은 없었으며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대충 눈치도 없이 살았다. 그러니 회상컨대 분명히 학급에서 겉돌았지만 잘 졸업한 것 같다. 내 기준에선 율이 묘사하는 조금은 가혹한 청소년 사회의 모습이 놀라움을 주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성적 위주 경쟁에 치여사는 청소년들의 평균 모습이겠지 하며, 그들에 대해 생각하게 될 계기가 되었다. 


 그만큼 작가가 여러 가정의 형태를 잘 관찰한 것이 느껴졌다. 한 부모 가정, 저소득층 가정, 아동학대 가정 등 우리 주위의 실존하고 있는 자들이다. 소설 속에서 그들의 존재는 현실의 존재들을 상기시켜준다. 현실에 눈 감지 않고 글로 존재를 남기며, 나와 비슷한 가상인물들에게 동질감과 안도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글을 쓰며, 독서를 하는 이유이다. <율의 시선>을 읽고 서평을 쓰면서, 오랜만의 독서의 즐거움을 깨닫는다.



##창비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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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영원히 사랑해요
미야니시 다쓰야 글.그림, 송소영 옮김 / 달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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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권(나를 닮은 당신이 좋아요)와 8권(널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에 영화 고 녀석 만나겠다 2: 함께라서 행복해 스토리를 추가해 재구성한 영화 기념 동화에요. 뒤에 화산 부분도 영화에서 나오는 오리지널이고요.여기 나오는 애들도 영화 애들이에요. 2편 평이 안좋아서 그런지 2편은 소개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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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구병모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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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느끼지만 구병모 작기님 작품들은 어딘가로 걸아가는 사람의 등 뒤를 무언가가 송곳으로 사근사근 찌르는 느낌이에요. 결국에는 심장을 확 뚫어버리고 유유자적 떠나버리죠. 이 책 또한 그런 감성의 책이에요. 나긋나긋 나를 찔러오는 책은 항상 여운을 남겨줘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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