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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공간, 없는 공간
유정수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6월
평점 :
나는 제목이든 본문의 내용이든 몇 개의 법칙류의 책자들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급하게 기획되고 짜맞춘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인 글로우서울의 유정수 대표는 소위 힙플레이스로 불리는 핫한 상업용 공간을 만들어 낸다는 그만의 노하우를 압축한 6가지 법칙을 제시한다.
-6대 4의 법칙, 선택과 집중의 법칙, 차원 진화의 법칙, 최대 부피의 법칙, 경계 지우기의 법칙, 세계관 구현의 법칙
이는 저자 본인이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공자이자 소비자의 입장에서 기존 건축의 프로세스나 문법에 얽매이지 않고 상업용 공간을 몸소 구현하면서
체득한 점들로서 저자의 이해하기 쉬운 명쾌한 설명을 통해 어느새 납득하게 되었다.
책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으로 'DDP'와 '서울로 7017'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평가도 포함되어 있다. DDP는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설계한 세계최대 규모의 3차원 비정형 건축물로 애초에 계획되었으나 설계와 시공의 괴리에 따른 어정쩡한 구현에 그쳐 아쉬움을 남기게 되었다는 점과 전임 서울시장 시절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의 수목이 우거진 고가도로를 참고한 서울로 7017의 경우 화분 형태로 식물을 도입하면서 도로와 식물의 경계지우기에 실패하여 부자연스러운 흉물로 남게 된 점에 대해 저자는 일침을 가하고 있다.
결국 저자가 생각하는 사람들이 찾는 상업용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효율보다는 더 많은 여백을 통해 좁고 답답한 온라인 공간에 지친 사람들을 오감이 가득한 오프라인상 공간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서 일반적인 주거용 공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과는 그 결을 달리해야 할 것으로 보이며
어쩌면 이 책은 그러한 상업 공간을 구현할 경제적인 여력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친절한 가이드가 될 수 있겠다란 생각에 가 닿았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15평 집에 소파가 첨 들어왔을 때는 거실벽에 일렬로 밀착하여 배치를 하였고 당연히 소파에서 벽에 닿는 부분은 마무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주거 공간이 충분히 넓어진 (상류층의) 집의 경우에는 소파도 벽에서 벗어나 중앙으로 진출하면서
뒷부분도 완벽하게 마무리된 고가의 소파 형태로 바뀌게 된다라는 견해를 접하면서 든 생각은
일반적인 서민의 입장에서는 경제적인 여건으로 인해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과
좁은 거주 공간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넓은 공간에 대한 욕구를 저자가 말하는 여백과 외부로 연결되어 확대된 뷰를 가진 상업 공간에서 해소할 수 밖에 없다는 점들이
묘한 상호성을 느끼게 하였다.
저자는 힙한 상업 공간의 단편적인 트렌드만을 설명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발길을 계속해서 머물게 하는 살아남는 공간이 가진 비밀과 흐름과 방향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그래서 공간에 대해 진정으로 심도 있게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롭게 의견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