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다는 달콤한 말 - 죽음을 마주한 자의 희망 사색
정영훈 지음 / 모요사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울증, 그리고 혈액암. 인생만사 새옹지마라지만,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추락에 추락을 거듭해야 했던 그 시기를 겪은 정영훈 작가가 써내려간 수십개의 에세이(일기)를 모아 만든 책이다. 또 언제 추락할지 모를 불안과 우울감 속에서 살아가는 그는 비로소, 일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가령, 단 한줄로 비참할 정도로 간단하게 끝나버릴 '한강주변 뛰기'를 내게 갖는 의미, 건네는 느낌 등을 함께 연계하여 꽤나 길게 풀어냈다. 놀랐다. 그리고 감탄했다.

언제나 톱니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일 뿐이었던,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항상 틀에 박힌 하루가 끊임없이 연속될 뿐이었던 그 삶. 치열한 경쟁과 기계적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환상과 같은 삶 안에서도 잘 살아보겠다고 최고의 연기자가 되기도, 최고의 적응자가 되기도, 때론 최고의 감독이 되기도 했던 그 삶.

그 삶이 어느순간 중단됐다. 우울증이 찾아왔다. 연이어 혈액암이 찾아왔다. 중단인걸까, 종료인걸까. 추락의 모습을 한 하나의 희망인걸까 아니면 겉도 속도 모두 시꺼먼 추락인걸까. 중단된 그 삶의 공백을 채우는 건 그전의 일상보다 더 비참했다.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도 서운하고, 내 삶을 지탱해줄 수 있는 건 이미 사라지고 그저 구역질나는 공허감만을 붙자고 일상을 살아가게 되었다. 그런 일상과 마주한 정영훈 작가가 선택한 삶은 그리고 자유는 일상에 대한 사색이었다. 특별할 바 없는 울퉁불퉁한 길 위를 뛰는 나 자신을 수어번을 느껴가며, 이것이 내게 갖는 특별함을 상기시킨다. 힘든 척수검사 등 모질고 쓰라리기만 한 그 '산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지 참 담백하게 풀어낸다. 특유의 신남도 즐거움도 또는 선명한 좌절도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는,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색으로 담백하게 일상을 써내려간다. 그 담백함 덕분에, 정영훈 작가님의 일상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내 삶에 대해서도 더 깊이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한줄로도 쉽게 묘사할 수 있을 일상을 몇 십줄의 하나의 에세이로 완성하기까지 그의 마음 속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과 느낌들이 교차했을지 진득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나하나의 의미를 구지 곱씹어봐야 알 수 있는 느낌이 아니다. 읽기만 해도 아니 재빠르게 스쳐가기만 해도 그 일상의 깊이와 의미가 느껴졌다. 일상의 깊이와 의미로부터 희망을 사색하고, 행복을 탐구하고, 마침내 '나 자신'과의 거리를 최대한 좁힐 수 있었던 그가 세상에 마침내 돌아왔다. 세상에 돌아온 그가 이야기하는 한 마디는, 고통이라곤 전혀 겪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야기할 수 없을 감사의 이야기다. 뿌듯함이 곳곳에 배인 이야기다.

경제학 및 경영학, 자기계발 등 기계적으로 자신의 기능을 업그레이드 하고, 자신의 지식을 넓히느라 바쁜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평범하기 짝이없는 그 일상이 충분히 소중할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한다. 단순한 힐링이 아닌, 그저 일상이 내포한 조그마한 희망과 행복의 존재를 추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