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 - 미디어로 보는 차별과 인권 이야기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18
태지원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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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숨을 쉬듯 매일 접하는 미디어에 담긴 여러가지 고정관념과 차별에 대한 이야를 아주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삼촌이 조카에게 들려주듯 대화체를 사용하여 청소년들이 거부감없이 이 책을 읽는데 도움을 준다. 아이돌과 관련해 떠들썩했던 이슈, 드라마 속 본부장에 담긴 불편한 이야기 등을 다루어 독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다양한 차별 이야기를 통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한번쯤 되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하는 책이다.
어른들에게는 평이하게 다가올 수 있는 내용이지만 책을 읽다 처음 접하게 된 단어가 있었다. 바로 ‘먼지 차별’이라는 단어였다. 먼지 차별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미세한 먼지처럼 도처에 깔려 있고 치우지 않으면 쌓이는 차별을 말한다고 한다.

아파트 30평대 정도는 살아야 하는 거 아니야?

여자라면 화장하고 다니는 게 예의지.

흑인이니 운동 잘하지 않아?

p138

한번쯤은 들어보거나 내 입밖으로 내뱉었던 말인 것 같다. 오히려 차별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는 말들은 사용하는 것을 조심하게 되고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먼지 차별의 경우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도 그 말이 차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조차 모르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먼지처럼 작지만 차별은 차별이다. 먼지처럼 보이지 않고 작다고 해서 무시하고 지나쳐 버린다면 먼지가 쌓여 더 큰 차별이 될 것이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임대 거지, xx충, 왕따라는 말은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게 된다. 이런 말은 언론에서 대대적인 보도가 이루어지기 전에 사용된다. 하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공론화가 되면 문제 해결의 측면보다 혐오와 차별을 확산시키는 데 영향을 준다고 한다. 아무래도 언론의 경우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 더 과장되고 더 자극적인 기사와 방송을 내보내기 마련이므로 그것을 수용하는 우리 독자들이 거름망을 사용하여 비판적으로 정보를 수용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문해력이라고 생각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그냥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많은 연습을 해야한다. 이 책에서는 평등/불평등, 성차별, 사회적 소수자, 빈부 격차, 인종 차별, 외모 차별 등 다양한 차별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기르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성 역할에 따른 사회적 잣대가 많이 사라졌다고 해도 여전히 성차별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고정관념은 빠르고 편리한 사고 과정을 위한 하나의 도구야.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불편한 이유는 너무나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고 여자는 자연스레 일을 쉬게 된다. 휴직을 하든 사직을 하든 원래 나의 모습에서 벗어나 모두가 기대하는 엄마라는 이름에 걸맞게 행동하기 위해 노력한다. 엄마는 집안일도 나의 일, 육아도 나의 일이 되고 남편은 아내의 일을 도와준다. 도와준다라는 말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은 하지만 자연스레 도와준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자연스레 남편은 바깥일을 하고 나는 몇년에 걸쳐 휴직 중이다.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드라마 속의 가정을 살펴보면 아내는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남편은 집안일을 도와주는 역할에 머문다. 나도 자연스레 남녀의 역할을 구분하는 고정관념에 물들어 있고 우리 아이들도 자연스레 그런 고정관념을 가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이와 미디어를 접하게 될 때 남녀의 고정적인 성역할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고 어떤 것이 올바른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에 따른 특성을 이야기 하기 보다 그 사람 자체의 특성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이 책의 말미에 다양한 주제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대한 토론 예시가 나오는데 이것도 볼만했다. 청소년의 미디어 리터러시와 인권감수성을 키우기에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웃고 지나쳤던 미디어의 장면들을 생각하며 이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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