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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람들
박솔뫼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평점 :
가볍게 읽기 편한 소설 정도로 예상하고 서평단 신청을 했는데 예상치 못한 알맹이로 적지 않은 당혹감을 안겨 준 책이다. 첫 장 우리의 사람들을 읽으면서 흐름을 따라가기 힘들어 몇 번을 덮고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했다. 두 번째 작품인 건널목의 말에 들어서야 특유의 문장과 흐름에 매력을 느꼈다. 특정 상황에 서술되는 화자의 생각들, 말과 잠 등에 대한 어떤 고찰이랄까 생각이 공감되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이 작품을 읽고 나자 아, 이런 스타일이구나 하는 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문장 안에서 길을 잃은 느낌이 너무 힘들었는데 읽다보니 오히려 책 읽는 것에 대한 부담이 줄어드는 요소가 되었다. ‘어느 순간 세계의 층이 분리되어 걷는 나의 눈앞에 보이는 장면들이 저 멀리까지 끝없이 낯설게 이어지는’(p.21) 경험을 바로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인물들에게 이입을 하기보다 그 상황을 바라보는 제3자의 입장에서바라볼 때 이 작품들의 매력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책을 읽는 것, 특히 문학 류의 글을 읽는 것은 나에게 어느정도 감정 소모가 있는 활동이라 그것이 어떨 땐 부담이 되어다른 일상의 일과 병행하기 힘에 부칠 때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만난 책이라 특히 더 좋았던 것 같다. 눈으로 라디오를 듣는 느낌이라고 할까, 흘러가는 이야기들을 어떤 심적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