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위로하는 마음으로 - 삶이 어렵다고 느끼는 당신에게
김영봉 지음 / IVP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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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를 당하고, 도용을 당하고, 힐난을 당하고, 부모의 채권자가 나를 찾아대고, 어미는 미안하다는 말로 전화를 끊고... 이런 일들이 한번에 달려드니 원하는 것은 단순해진다. “제발 저를, 소중히 여겨주세요.” 이쯤 되면 내게 건네는 칭찬도 감사도 찬사도 다 헛헛하고, “얼마나 힘들었어” 한마디에 당신 품에 안겨 엉엉 울어버리고 싶은데, 가만히 위로하는 마음이 없다. 주위에. 핸드폰을 놓지 못하는 것도, 작은 자극에 차에서 뛰쳐내려 상대에게 악에 받친 소리를 질러대는 것도 다, 내가 이리 힘드니 알아달라거나 더 이상 힘들게 하지 말아 달라는 간절한 신호다. 이 신호를 당신에게 전달하지 못하고 싱글생글 웃어댄 오늘 하루가 허탄하다.

책이 말한다. 누구나 아파. 내가 답한다. 이렇게 흩뿌리는 문장은 위로가 되지 않아요. 니 생명은 니 것이 아니야. 근데 왜 제 삶은 이리도 힘들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너를 돕고 있고 너를 필요로 하는데. 그만큼 저를 못살게 구는 사람도 많아요. 용서는 원래 어려워. 네, 그 어려운 용서를 그제 했는데 어제 또 싸웠어요.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삶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여. 저는 죽음보다 사는 게 더 무서운데요... 책한테 투덜거린다.

눈앞에 있는 현실만을 보지 말고 하나님 나라를 보고 진실에 눈을 떠. 희한하게도 나는 이런 말에서 위로를 만난다. 얼마 전에 친구들이랑 다니엘서를 앞에 두고 얘기하다가, 맞아 세상은 안 변해, 거봐 모든 제국들이 다 지나가고 나서야 영원히 망하지 않는 나라가 온다잖아, 저 먼 부활의 때에야 세상도 우리도 바뀔거야, 그러니까 너무 열심히도 말고 그치만 세상처럼 살지도 말자, 라고 툭툭 내뱉다가 조금 뜨뜻해져서 서로 보고 활짝 웃었다. 이게 오기인지 위로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픔도 삶도 조금은 쉬워진 것도 같았다. 그래 현실이어도 다는 아니지.

나는 아직 결핍을 환대하거나, 현재를 자족한다거나, 약함을 자랑할 깜냥은 안된다. 너 힘들구나. 나도 힘든데. 하면서 조금 더 당신이 반가워지고 같이 대화하고 싶어지고 가끔 뭐하냐고 연락하고 싶어지고 그러면 위로, 하고 되고 그러는거 아닐까. 가만히 앉아 당신의 눈물을 생각한다. 많이 힘들지요. 나도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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