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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감상문 - 먹고 마시며 행복했던 기록
이미나 지음, 이미란 그림 / 이지앤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식후감상문

요즘 음식을 주제로 한 에세이집이 계속 눈에 띄던 차에
<식후감상문>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어요
심플하면서도 눈에 들어오는 표지에 이끌렸어요
게다가 '먹고 마시며 행복했던 기록'이라니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었어요
동생이 글을 쓰고 언니가 그림을 그린 책이라
따뜻함이 느껴지기도 했구요
당당하게 표지 모델이 된 고등어는
<식후감상문>의 오십 가지 음식 중 여섯 번째로 등장해요
저자에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물으면
숨도 고르지 않고 고등어라고 대답할 만큼
고등어를 사랑한다고 하니
표지 모델이 될 자격이 충분하죠? ^^
11세에 고등어를 처음 먹고 사랑에 빠졌다는 그녀.
그 후로 냉장고에는 고등어가 항상 있었다고 해요
심지어 가방에도 고등어 그림이 있다고 해요
<식후감상문>의 일러스트를 담당한 언니가 그려줬다네요
표지의 고등어가 가방에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죠?
"20년을 만났는데도,
그 사랑이 식을 줄 모른다"
p25
이 정도면 진짜 사랑인 것 같아요
'나도 이렇게 사랑하는 음식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머릿속에 갈비찜이 떠오릅니다
저도 10세 무렵부터 갈비찜을 좋아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심한 몸살이 오고 나서 아빠가 앓느라 고생했다고
롯데백화점 식당가의 냉면집에서 갈비찜을 사주셨는데,
부드럽게 씹히고 달콤짭짤했던 그 갈비찜이 종종 생각나요
요즘에는 그런 갈비찜을 만나기 힘드네요
저렴한 음식은 아니라 그때나 지금이나 자주 먹지는 못 해서
신혼 때 직접 해 먹겠다고 압력솥까지 샀으나
처음 갈비찜을 했던 그날, 사용법을 잘 몰라서 그랬는지
증기를 뺀다고 뺐는데도 뚜껑이 안 열려서 공포에 떨었던 기억이 나요
그때 남편과 냉전 중였는데 어쩔 수 없이 굽신굽신 모드로 다가가
화해를 했던 기억도 있어요
갈비찜이 뭔지...ㅎㅎ
그 이후로 그 압력솥은 상자 속에 들어가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빛을 못 보고 있다는요
결론적으로 저도 갈비찜을 사랑하는게 맞는 것 같아요
다만 만들기 쉬운 음식도 아니고 저렴한 음식도 아니어서
자주 먹기 힘들다는 단점 때문에 가까이하기는 힘드네요



<식후감상문>에는
총 오십 가지 음식에 대한 감상문이 실려있어요
식사, 간식, 음료 세 파트로 나누어서 실어 놓았는데,
말 그대로 감상문이에요
저자의 음식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요
저자의 고백이 담겨 있는 글도 있고
퀴즈 형식의 글도 있어요
알아두면 유용한 내용이 담긴 글도 있어요
저자의 아버지가 과일 도매업을 하셔서
과일에 대한 글, 특히 한라봉에 대한 글이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한라봉은 국내산 오렌지인 청견과 귤이 만나 탄생한 과일로
튀어나온 꼭지가 한라산을 닮아서 한라봉이라고 불린다고 해요
과일 전문가인 저자 아버지의 말씀에 따르면
껍질이 뚝뚝 떨어지면 맛없고, 쭉쭉 찢기면 맛있다고 해요
처음엔 뚝뚝, 쭉쭉이 뭔가 갸우뚱했는데,
귤 껍질을 깔 때 경험을 생각하니 이해가 되더라구요
요즘은 귤 종류도 참 많은데
천혜향은 오렌지와 귤, 레드향은 한라봉과 귤,
황금향은 한라봉과 천혜향을 교배한거라 하네요
저는 레드향이 제일 맛있었는데
제가 신 맛을 안 좋아해서 그랬나봐요
글이 재밌기도 하고,
저자의 진솔한 생각이 담겨 있기도 해서
처음부터 몰입해서 읽었어요
수능이 끝난 후 잰 체중이 89.9kg.
(저 아니고 저자의 이야기에요)
살려면 살부터 빼라는 의사의 경고로
3개월만에 40kg를 뺐다고 해요
무식하게 안 먹고 살은 뺐지만,
그래서 날씬하고 예뻐졌지만
불행하고 괴로웠다고 해요
탈모와 불면, 폭식증, 만성변비에까지 시달리며
병원 신세를 지면서 힘들게 7년을 지내다
가족에게 손을 내밀었다고 해요
먹고 마실 때 가장 행복한
자신을 위로하고 아껴주기 위해 쓴 글.
그 글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전하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잘 전해진 책.
그게 바로 <식후감상문>입니다
TV를 켜면 먹방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많죠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서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있지만
음식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위로 받는 사람들도 많지요
어쪄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한다는 것 자체가
위로 받고 싶은 마음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신혼 초에 남편이 밥에 계란후라이를 비벼 먹는 저를 보고는
'너는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먹는거 같아'라고 했었어요
그 정도로 음식을 먹을 때 별 생각없이 먹었던 저는,
(제가 그렇다고 맛있는 음식을 마다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이제 음식을 먹을 때 좀 더 맛을 음미하면서,
그리고 좀 더 생각을 하면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식후감상문>은
4월부터 매일매일 글 쓰기에 도전하고 있는 저에게
'음식을 소재로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구나'하는
깨달음을 주는 책이기도 했어요
오늘 점심에 떡볶이를 먹었는데
아직까지도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이 떡볶이에 대해서 글을 써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