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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와 철학자들 - 덕질로 이해하는 서양 현대 철학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20
차민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5월
평점 :
덕후와 철학자들

"엄마, 씹덕이 뭔지 알아?"
몇 달 전, 5학년인 토리가 저에게 물었어요
'씹덕'이라는 단어의 욕 같은 어감에 토리를 혼낼 뻔 했죠
그런데 십덕이 애니메이션 덕후를 의미하는 말이라네요?
(네이버에 검색하니 십덕이 맞는 표현인 것 같았어요)
그때도 몰랐습니다
덕후의 세계에는 제가 모르는 수많은 신조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요
일코, 안여돼 등의 덕후들 사이의 언어를
이번에 <덕후와 철학자들>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네요
저는 철학이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덕질로 이해하는 서양 철학 이야기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고,
청소년 도서이니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서
이책을 선택했죠
토리는 지금은 트와이스팬이긴 한데,
앞으로 또 어떤 아이돌의 팬이 되어
덕질을 할지도 모르니
덕질의 세계에 대해
저도 알아두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역시 철학은 어려워요
덕질의 세계도 좀 낯설었어요
하지만 제가 청소년 시기에 이 책을 읽었다면
좀 더 쉽게 이해했을 것 같아요
주변에 덕질하는 친구도 있었을테고
두뇌 회전도 지금 보다는 빨라서
철학적 내용들도 쉽게 이해했을 것 같아요
40대의, 이과적 사고에 익숙하고
덕질의세계가 낯선 저는
쉽게 이해되지 않아서
같은 문장을 몇 번씩 읽은 부분도 있어요
그런데 사실 몇 번씩 읽을 필요가 없었어요
바로 뒤에 예가 나와있어서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중간중간 이해를 돕는 그림도 있어서 좋았어요
새로 알게 된 단어들과 철학자들의 이름을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덕후와 철학자들>을 읽으면서
덕질의 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덕질의 세계에 파고 들어있는 철학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어요
책을 읽기 전에 기대한 것처럼
덕질에 담겨 있는 철학이 흥미로웠어요
몇 가지만 소개해볼게요
굿즈는 오리지널의 영혼이 깃들어 있고
원본을 상징하는 것으로
대상을 닮은 심벌이자 대상을 암시하는 인덱스이고
사랑하는 대상의 실존이라고 해요
이는 장 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와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어요
모든 것이 본질적인 목적이 있어서
존재하게 된 것이지만
인간만은 예외에요
인간의 실존은 본질에 앞서는데
이를 실존주의라고 하죠
실패란, 목적을 가졌기에 생겨나는 것으로
도전, 그 자체만으로 훌륭하다는 식의 말은
위로를 위한 말이 아닌 팩트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케이팝에는 철학이 담겨 있기도 해요
동방신기 'O-正.反.合'에는
헤겔의 변증법적 사유가 담겨 있어요
스트레스가 많고 힘든 시기에 덕질에 빠져드는 것은
도움이 되요
덕질은 나를 진정으로 기쁘게 하는 것을 찾으려는
노력이기도 해서
존재 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내 롤 모델은 결국 '내가 되고 싶은 나'이기에
롤 모델을 외부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위해 정진하는 자신이
곧 롤 모델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시련과 실패는 신화의 기본 옵션이다.
내게 온 시련을 버텨내는 것은 나 자신의 신화를 쓰는 일이다."
p251
<덕후와 철학자들>은
덕질 이야기로 시작한 책이지만
철학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청소년들에게 사고의 폭을 넓혀주고
삶에 대해 사유하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토리가 본격적인 덕질을 시작하게 되면
다시 이 책을 읽어봐야겠어요
그때쯤에는 토리도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