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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을 남기는 글쓰기 - 쐐기문자에서 컴퓨터 코드까지, 글쓰기의 진화
매슈 배틀스 지음, 송섬별 옮김 / 반비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흔적을 남기는 글쓰기

책을 내보고자 하는 작은 소망이 있는 저는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요
요즘 글쓰기에 관한 책도 많이 나와서
그런 책들을 읽으면서 글쓰기 실력도 다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흔적을 남기는 글쓰기>는 제목을 보고 오해할 수도 있는데,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에요
그것보다 훨씬 근본적인 글쓰기의 역사를 알려주는 책이었죠
학창 시절에는 종이에 연필, 혹은 펜으로 글자를 쓰는게
일상이었어요
수업 시간에 하는 필기, 공부하면서 쓰는 글자들,
때로는 메모, 일기 등의 개인적인 글도 썼지요
언제부턴가 종이와 연필을 대신해서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어요
물론 지금도 종이와 연필은 여전히 필요하지요
하지만 스마트폰, 컴퓨터를 더 자주 사용하다보니
내 필체로 글자를 쓸 일은 점점 줄어들었고,
자필로 서류를 작성해야 할 때면 잘못 쓰게 될까봐
약간의 걱정과 함께 서류를 작성하게 되었어요
이렇듯 현재 우리가 쓰는 글의 대부분은
종이에 쓰는 글이 아니지만 이것 역시 글쓰기지요
종이가 발명되기 전, 글자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도 거슬러 올라가면
인류의 글쓰기의 시작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이때도 역시 종이에 쓰는 글은 아니었고,
글자가 아닌 그림의 형태도 있었지만요
최초의 문자로 알려진 쐐기문자가
점토, 밀랍, 돌, 파피루스 형태의 종이에 새겨지면서
글쓰기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현재의 컴퓨터 코드에 이르기까지
글쓰기의 역사가 담긴 이 책은
학술적인 내용들도 많지만 흥미로운 내용들도 많이 담고 있었어요
문자와 글쓰기의 발달 과정, 변천에 관한 내용들도 흥미로웠지만
제가 흥미로웠던건 6장에 나오는 컴퓨터 언어였어요
저는 문자가 탄생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을테지만
우리는 그 문자를 편하게 이용한다고만 생각했거든요
그 이후에는 문자를 배워서 쓰면 그만이라고만 생각했던거죠
컴퓨터를 통해 글을 쓰는 것도 위에 언급한 저의 경험처럼
메모나 일상, 업무에 관한 글쓰기만 생각하고
프로그래밍을 위한 또 다른 형태의 글쓰기에 문자를 이용한다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 했던지라 더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미래의 글쓰기는 제가 더욱 생각지 못한 형태가 아닐까 생각도 들었어요
이 책에는 '팰림프세스트(palimpsest)'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팰림프세스트는 <흔적을 남기는 글쓰기>의 영어 원제이기도 해요
팰림프세스트는 고대에 이루어진 양피지의 재활용으로,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원본 글이 삭제되거나 일부 지워진 자리 위에 새로운 글을 적어 넣은 표면"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확장된 용례'에 따르면 팰림프세스트는 "특히 예전 형태의 흔적을 여전히 간직한 채로 재사용되거나 변경되었다는 의미에서 이런 표면과 엇비슷한 것"을 가리키기도 하기 때문이다.(p12-13)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생소했던 '팰림프세스트'라는 단어가
제 머릿속에 자리잡았고,
번역된 제목인 '흔적을 남기는 글쓰기'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