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로 이름쓰기
<엉덩이로 이름쓰기>는 시집이에요
제목만 보고는
어릴 적 추억을 담은 시집일까 생각했는데
몸을 소재로 한 시들을 담은 시집이었어요
몸을 소재로 시를 쓰다니 참신하죠?
게다가 한 편도 아니고
시집을 낼 정도로 여러 편의
몸에 대한 시를 쓰다니
작가분이 참 대단하신 것 같아요
초등학교 방학 숙제로
첫 시집을 냈다는 분이라 그런지
<엉덩이로 이름쓰기>를 읽으면서
타고난 시인이라는 느낌이었어요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쓴 시들도 있는데,
그렇다고 딱딱하지도 않아요
'어떻게 이런 표현을 썼을까?'
감탄하면서 읽은 시들도 많아요
삶에 대한 통찰도 담겨있고,
그래서 그냥 감상만 하기 보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시들이 많았어요
'엉덩이로 이름쓰기'는
몸을 소재로 쓴 시 중 한 편이에요
요즘은 엉덩이로 이름쓰기가
벌칙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렸지만
엉덩이와 닮은 구석이 많은,
엉덩이와 절친인 뇌가
함께 좋아했던 놀이라네요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기 전엔
뇌와 엉덩이의 위치가 지금보다 가까웠을테죠
뇌는 높은 자리로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며
인류를 지배하기 위해 직립보행을 원했어요
직립보행을 할 수 있었던데는
엉덩이의 역할도 매우 중요했기에
그 때부터 우정이 시작되었다고 해요
뇌와 엉덩이가 무슨 공통점이 있을까 싶지만
둘 다 섹시함을 좋아하고,
자존심이 쎄고, 상실증을 싫어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네요
엉덩이는 온 몸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엉덩이로 이름쓰기를 좋아하지만
뇌는 엉덩이로 이름쓰기로
온 몸이 혼연일체가 된 찰나에
자신의 존재가 사라짐을 경험한 후
이 놀이를 벌칙으로 여겨지게 했다네요
누가 이런 기발한 생각을 했을까요?
태어난 후로, 아니 태어나기 전부터도
매일, 1분, 1초도
떨어진 적 없는 우리 몸이지만
이제껏 이렇게 새로운 각도로 접근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우리 몸에 대해 생각을 많이,
그리고 깊게 하다보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으려나요?
저는 작가의 재능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저도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볼까
싶기도 하네요 ^^
항상 함께하는 몸이니
언제, 어디서나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몸 속에 있는 기관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참에 생명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들에게도
관심을 가져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