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양배추 볶음에 바치다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이노우에 아레노 작가의 책을 읽는 건 <양배추 볶음에 바치다>가 처음이다. 이 책에 끌린 건 에쿠니 가오리가 말한 ‘이노우에 아레노병’이라는 단어에 꽂혔기 때문이다. 궁금했다. 걸려도 폐병처럼 고생하는 병은 아니니 한 번 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기도 하고.
내용은 반찬가게를 꾸려가는 세 여인, 코코, 마쓰코, 이쿠코의 이야기다.
매일 소박하지만 추억이 담긴 음식을 만들어 내는 일상의 그녀들.
추억은 여러 가지 형태들도 기억되곤 하는데, 그 중에서 음식으로 기억하는
추억들이 있다.
한 번쯤 들어본 적 있겠지만 사람과 빨리 친해지는 세가지 방법 중 하나가, 같이
밥을 먹는 것이다(나머지는 같이 목욕하기, 같이 험담하기). 이렇듯 먹는다는 행위는 살아가는 데 있어 아주 기본적인 행위이기도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깝게도 멀어지게도
하는, 가볍지만은 않은 힘이 있다.
60대 세 여인의 인생에는 그 세월만큼 소중한 사람과 같이 먹은 많은
음식이 있고, 그만큼의 추억이 있다. 얼굴을 맞대고 앉아
같은 맛을 느끼며 같은 추억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세 사람의 추억이 담긴 여러 음식이 나오는데, 읽으면서
보통의 음식관련 방송이나 글을 볼 때처럼 탐욕스럽게 먹고 싶어지는 그런 기분은 들지 않았다.
비록 실물을 앞에 두고 먹은 건 아니지만, 나는 세 아줌마들과 같이
술도 마시고 그녀들이 만들어준 음식도 맛있게 같이 먹은 기분이다. 그렇게 같은 맛을 공유한 난, 그녀들에게 조금 더 가까워진 듯 친근하게 느껴졌다. 같은 음식을
먹으며 같은 맛을 공유한 덕이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배고프면 먹어야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사람은 행복해진다. 그녀들은 그 진리를 알고 있기에, 힘든 일이 있어도 행복한 맛을 찾아, 그리고 맛있는 인생을 향해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