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읽는 수학 - 수학으로 삶을 활기 있게
크리스티안 헤세 지음, 고은주 옮김 / 북카라반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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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야기를 한번 해보자.


나는 중요한 만남인데도 약속 시간에 간당간당하게 집을 나섰다. 버스를 아주 빨리만 탈 수 있다면 약속 시간에 약속 장소에 도착할 수 있다. 아무리 늦어도 약속 시간에서 5분을 넘기지 않고 갈 수 있다. , 그러려면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 정류장은 차고지와 첫 번째 정류장이 집에서 비슷한 거리에 있다. 잠시 생각해 보던 나는 차고지 쪽으로 걸어갔다. 아무래도 앉아갈 확률이 높으니까.

 

차고지는 큰 길을 사이에 두고 오른쪽과 왼쪽에서 각기 다른 버스가 나온다. 내가 타야 하는 버스는 오른쪽에서 A, 왼쪽에서 B번과 C번이 나온다. 평소에 나는 A번을 타는 사람이라, 오른쪽 차고지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아뿔싸! 내가 도착하기 바로 전에 A번이 출발했다. 나는 오른쪽 차고지까지 나는 거의 도착했지만, 다시 방향을 바꿔서 부지런히 왼쪽 차고지로 건너갔다. 한참을 서 있었는데, B번도 C번도 나오지 않는다. 이제는 버스를 타도 약속 시간에 늦을 때가 되었음을 깨닫고 발을 동동 구르는데, 이런, 오른쪽 차고지에서 또다시 A번이 나온다. 마침 교통신호가 바뀌었으니, 후다닥 뛰어가서 탈까 싶었지만, 잠시 망설이고 교통신호는 다시 차량 통행 신호로 바뀌었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A번 버스는 한참을 있다가 출발하고, A번 버스가 가고 3분쯤 지났을 때 B번 버스가 나와 그 버스를 타고 출발한다. 버스를 기다릴 때면 늘 겪는 일이다. 한참 기다리다 다른 차를 타면 기다리던 차가 곧바로 오고, 다른 차는 내가 생각했던 노선과 달라서 결국 내려서 기다리는 차를 또 기다려 타야 하는 일도 많고.

 

혹시, 내 머릿속이 확률에 최적화되어 있다면 버스 때문에 겪는 난감한 상황을 조금쯤은 피할 수 있을까? <카페에서 읽는 수학>을 읽다보니,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추론하는 것마다, 계산하는 것마다 틀리는지, 수학은 진짜 난감하다.

 

수학자는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 물론 수학을 하는 사람들이겠지. 하지만 진짜 도통 이상한 사람들인 거 같다. 이 사람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수학이 싫어했던 나 같은 사람은 도통 모르겠다.

 

<카페에서 읽는 수학>의 저자 크리스티안 헤세는 상당히 자부심 강하고 웃기는 사람인 거 같다. 프로필부터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수학자란다. 한국은 보통 프로필을 저자가 쓴다고 알고 있는데, 독일도 그렇다면! , 그 자부심, 인정한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각각의 글들은 짧고 수학 공식은 거의 없기 때문에 하나씩 읽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몇 분 안에 읽을 수 있어서 잠들기 전이나 주말 아침 침대에서, 아니면 그냥 이따금 짬이 날 때 읽을거리고 딱 제격이다.”(6~7)라고 했다.

 

그거, 완전 뻥이다. 짧다. 그건 맞다. 책에 나온 글자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읽었지만, 검은 것은 글씨이고 흰 것은 종이로다를 계속 시전할 수밖에 없는 슬픔이라니. 아아, 빚 놀이의 허무함, 내기의 공평함, 아이가 물어봤을 때, , 몰라,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던 제곱근의 비밀을 상세히 풀어주고 있는데도 그렇게 읽는 것만으로는 턱 없이 부족한 독서였다. <카페에서 읽는 수학>은 정신 차리고 공책에 적어보고 풀어도 보면서 읽어나가야 하는 책이다. 저자는 카페에서 읽으라고 했지만(나도 카페에서 읽었지만) 고등학교 수학 정도는 머리에 들어 있어야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있을 것 같다.

 

저자의 유머는 정말 곳곳에서 빛나고 있지만 그 유머는 수학의 풀이와 숫자에 가려 마음껏 느낄 수가 없다. 하지만 내가 포기할 사람이 아니다(아니, 일수도 있다). 지금은 말고, 시간이 조금 남으면 고등학교 1학년 수학책부터 차근차근 다시 공부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꼭 해봐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 서평이니, 이 책에게는 별을 몇 개나 줄까? 내 머리를 아프게 했고, 사실 여러 번 읽어봐야 이해가 될 거 같으니, 괘씸해서 4개를 줄까 한다. 그게 내 마음이니까. 하지만 내 머리가 못 쫓아갔다고 나쁜 책은 아니니까. 저자의 재치와 책의 가치를 생각해서 결국 별 다섯 개를 줄 수밖에 없을 듯하다. 하지만, 내 한계를 늘 이렇게 콕 짚어주는 책은 슬프면서도 가슴이 뛴다. <카페에서 읽는 수학>이여. 아직은 기다려라. 곧 돌아오마. I'll be back! Coming Soon. , 뭐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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