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바느질 수다 에디션L 1
천승희 지음 / 궁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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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부터 만들기를 별로 즐기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지나치게 바느질 기술만 알려주는 책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책을 단숨에 다 읽고나니 결국은 삶을 더 괜찮게 사는 것에 대해 말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이 아니라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 그것이 비록 빼어나게 잘 만들지는 않았다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정성을 다해 아이들의 이불을 만들고, 손을 움직이며 무엇을 하는 일이 얼마나 삶을 건강하고 예쁘게 만드는지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더욱이 비싼 재료를 사서 무언가를 으리으리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헌 옷이나 자투리 천으로 부족한 듯 보이지만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그래서 더 의미있고 값진다는 걸.

 

소소한 우리들의 일상이 모이고 나눌 수 있다면 대단한 철학보다 중요하다는 저자의 말이 무척 마음에 와 닿았다. 바느질 하나를 통해 저자가 발견한 삶의 깊이가 이렇게 대단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특히나 엄마가 만들어준 예쁜 드레스 보다 애착 인형이나 이불을 더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 삶은 보기에 화려한 것만이 전부는 아닐터. 항상 옆에 있고 편하게 보듬을 수 있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느질 하나로 삶을 이렇게 멋지게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 삶이 이렇게 한 땀 한 땀 바느질 속에 편안하고 건강하게 게 짜여질 수 있다는 데 흡족해하며 책장을 덮는다.

 

주옥같은 글들속에 책 중간 중간 정말 나같은 만드는 걸 잘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헌옷으로 만드는 머리끈, 컵받침 만들기, 충전기 정리용 똑딱이, 인형만들기 등이 있으니 가볍게 따라해보면 좋을 것 같다.

 

삶에 지쳐 무기력 하다면,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보자~. 그안에서 나만의 지혜를 찾아보자.

 

 

 

 

(43쪽) 아이들이 일찍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고 푹 잔 다음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잠자리에서 고민은 하더라도 근심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쁜 꿈은 꾸지 말고 좋은 꿈만 꾸었으면 좋겠습니다. 잠자는 동안에도 엄마아빠가 지켜주고 있다는 든든함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바람을 담아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해 이불을 짓고 있습니다.

 

 

 

 

 

 

 

(69쪽) 한 코 한 코 떠서 만들어가는 것, 규칙적인 리듬이 있는 것, 손에 잡히는 실체가 있는 것을 만드는 것, 그래서 기쁨을 주는 것. 뜨개질은 바느질과 비슷한 점이 많지요.

 

 

 

(78쪽) 솜씨가 좋든 안 좋든 아이들이 언젠가 바느질을 꼭 배워두면 좋겠습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이 여럿 있잖아요. 남에게 의지하거나 돈을 주고 사거나 하지 않고 자기 힘으로 하면 좋을 일들, 저는 그런 기술들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믿습니다. 음식을 만들거나, 식물을 키우거나, 목공을 하는 일들이 그렇습니다.

 

 

 

(90쪽) 자투리 천이니 헌 옷에서 오려낸 천들로 바느질을 하다 보면, '금손'들보다 솜씨가 없어도 좌절하지 않습니다.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모반듯하지도 않고 색이나 무늬도 성에 차지 않는 천으로 뭔가를 만들려면 온갖 상상력과 창의력과 임기응변을 다 불러 모아야 하지요. 그리고 사실 우리 사는 것도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부족한 대로 못난 대로 보듬고 엮어서 잘 쓸 때 마음 뿌듯하고 즐겁습니다.

 

 

(96쪽) 종이 한 글자 한 글자 글씨는 써 넣는게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필사하고 손바느질이 참 닮았다고 느꼈지요.

 

 

 

(96~97쪽) 천천히 걷다 보면 작은 풀꽃도 더 잘 보이고, 상쾌한 공기도 더 오래 마실 수 있지요. 필사를 하는 일이나 손바느질을 하는 일도 그런 것 같습니다. 잔잔한 리듬이 만들어지고 그걸 따라 가다 보면 복잡했던 마음이 쉬게 됩니다. 복잡하던 마음이 편안해지면 내 안에 있던 답이 저절로 보이게 되지요. 소박한 결과물들이 생기는 것도 기쁜 일입니다. 그걸 알게 되었으니 이제 오래오래 필사를 하며 살 것 같습니다.

 

 

 

 

 

(182쪽) 동네 장터에서건 책 모임에서건 우리는 만나 아주 소소한 이야기들을 합니다. 그 소소한 이야기들이 어마어마한 담론이나 철학보다도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곳에 손으로 바느질해 만든 물건이 썩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195쪽) 온갖 솜씨를 다 부리고 좋은 재료를 써서 만들어준 예쁜 옷도 있는데, 아이들은 매일 보고 만지고 쓰는 것들을 가장 사랑하네요. 벽에 걸어두는 장식품이 아니라 아이들이 매일 보고 만지고 쓰는 것들을 만들 수 있어서 저는 제 바느질이 참 좋습니다.

 

* 출판사로 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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