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른 여자들
다이애나 클라크 지음, 변용란 옮김 / 창비 / 2021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하는 병에 걸려 오랫동안 많은 책을 시작만 하고 끝을 보지 못했다. 안타깝지만 다시 책을 붙잡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가는 책도 없었고 책을 읽기에 내 의지력은 힘을 잃은 상태였다.
그런데 마른 여자들을 접하고 오랜만에 완독이란 걸 했다. 600페이지가 넘는 책이라 단숨에 읽진 못했지만 책을 내려두었다 다시 들기까지의 시간동안 로즈를, 책 속 인물들을 내 머릿속에서 지우기 어려웠다.
책 속 등장인물들이 하나하나 살아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 명도 빠짐없이 그 색이 강하고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라 해도 못 믿을 건 없었다. 이 사회를 분명하게 지적하며 그리고 있기에, 책 속 인물들이 더 실존하는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어느나라 배경인지도 인지하지 못한 채 읽었으나, 등장인물의 이름을 바꿔 우리나라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테다. 여성의 몸에 대한 시선과 압박이 그 어느나라에서도 강력하다는게 소설을 읽는 내내 슬픈 지점이었다.
그러나 끔찍한 거식증을 다룬 책을 읽으면서도 다이어트 방법에 나도 모르게 관심을 갖게 된다는 점이 가장 최악이었다. 나는 얼마나 몸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살아온 것일까. 내 최초의 다이어트를 생각해보면 로즈가 사과를 먹기 시작한 나이보다도 어릴때였다. 남자애들이 축구하며 놀 동안, 친구와 나는 몸무게를 줄이겠다며 줄넘기를 했다. 오직 다이어트를 목표로. 어린 여자 아이들이 어떤 영향을 받아 그렇게 몸무게를 신경써야만 했을까.
책에서는 말한다. 서로를 사랑하기에 서로를 걱정하고 서로를 살릴 수 있다고. 그리고 그 서로는,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여성들이라는 점! 여성연대가 정말이지 다른게 아니다. 서로가 건강할 수 있도록, 안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 책은 내가 나를 살릴 방법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타인을 살릴 방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안내하고 있다.
지극히 현실적이다가도 이들의 연대가 심히 환상적으로 다가올 때도 있었지만 거짓말같은 학대가 실재하는 세상인만큼, 우리의 연대와 회복 또한 실재할 수 있음을 믿는다. 우리는 가장 필요한 순간에 뿅! 하고 나타나는 사람을 만날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 뿅! 하고 나타나는 사람이 될지니!
*창비 서평단에 참여해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