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푸르미 > 산이 된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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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이야기
류재수 / 통나무 / 1988년 4월
평점 :
절판
내가 류재수 선생님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3년전 '노란 우산'이었다. 뉴욕 타임즈 최우수 그림책에 선정된 것이었는데 뭐라할까, 나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었다.
[자장자장 엄마품에]는 우리나라 전통 자장가를 모은 것으로 우리 조상의 소박하고 감칠맛 나는데 이처럼 '류재수'하면 난 전통, 우리문화를 알리는데 주역한 뛰어난 인재라 평하고 싶다.
[백두산 이야기]는 몇 년전 슬쩍 읽고 지나갔던 것 같다.
그 당시엔 나에겐 작가도 생소했었고 글 내용이며 그림이 난해했기에 별다르게 느낀 건 없었다.
그런뒤 [그림책을 보고 크는 아이들]-이상금 지음/사계절-이란 책 속의 부제인 '류재수의 황토 향기'란 부분을 읽고서 이 책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
이 책은 또한 '산인 된 거인'으로 일본어로 변역될 정도로 유명한 책이란 점을 감안하면 소장의 가치가 있을 충분한 이유가 된다.
책을 놓고 시선을 모았다.
북청사자놀이인 듯한 축제를 벌이는데 책 절만 가량을 차지한 사자의 기상 넘치는 살아움직이는 듯한 거친 몸놀림에 내 어깨가 덩달아 춤을 추고 앞에서 리더하는 사람의 넉살스런 표정과 뒤따라 가는 사람들의 덩실덩실 들썩하는 모습이 마냥 신나기만 하다.
또한 제목의 글씨모양은 어떠한가.
ㅉ潔坪?자유를 내달리는 붓놀림에 웅장함이 느껴지고 마치 백두산의 호랑이의 메아리가 울려퍼져 황토빛 물결이 넘실거리는 묘한 매력을 느끼기에 몇년 전에 책을 보았다지만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서있는 듯 했다.
이러한 마음으로 책을 넘기니 불새(?)가 날개를 쫘악 펴며 기세당당한 모습으로 어딘가를 주시하고 있다. 바로 뒤장에는 거무티티한 언덕위로 까만 글씨의 '백두산 이야기(제목)'가 따다닥 박혀있다.정말 위엄있는 모습이 무언가를 뱉고 싶은게 틀림 없다.
와! 한장을 넘기자마나 그림에 기겁을 했다.
형체도 아닌게 살아있는 듯한 검붉은 것이 내 가슴속 깊이 꿈틀거린다.
그림을 먼저 쭈욱 보았다.
황토가 주를 이룬 그림에는 사람과 거대한 형체, 동물 등이 밝음과 어두움이 교차되면서 생동감과 박진감 넘쳐나는데......... 글만 가지고 나타낼 수 없는 것을 무언으로 보여주는 류재수 선생님만의 작품인지라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것이다.
황토를 쓴 이유가 좋아서 쓴다는 작가의 얘기가 생각난다. 솔직히 황토는 안정감이 든다.
요즘은 껄끄럽고 딱딱한 검은 빛-아스팔트, 콘크리트...-의 땅이라 숨이 막힌다. 허나 흙담, 논두렁길을 생각해보라, 얼마나 정감있고 그리운가!
이런 탓에 이 작가의 작품은 옛조상의 숨쉬던 역사를 만나는 중요한 것인 것이다.
[백두산 이야기]
이것은 아득힌 먼 옛날, 한반도가 태어나고 삶의 터전을 백두산이 생긴 유래에 맞춰 풀어간 신화이다.
우리 다음 세대에게 얘기해줄 또 하나의 신화 탄생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1988년 작품이니 17년이 지난 오늘 날에도 우뚝 서 있지 않는가.
통일을 바라는 마음으로, 자유롭게 드나들지 못하는 백두산을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또 내 아이가 알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한울왕가 따님왕.
자꾸 되새기니 한울왕은 하늘의 왕이고 따님왕은 땅의 왕인 듯 하다.
작가의 재치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책을 읽었다면 알다시피 백두거인은 묵묵히 조선을 지켰다. 따님왕의 명령이었을까.
암튼 지금의 백두산은 또 언젠가 깨어날 듯 한데 기다려진다.
통일이 되면 깨어나려나......
분단의 아픔때문에 가슴앓이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백두거인이 잠들기 전에 외친 한마디를 생각해 본다.
''나는 영원히 너희 곁에서 너희를 지킬 것이다. 다시 재앙이 올 때 나는 다시 깨어날 것이다.''
백두거인, 그리고 나 또한 우리 민족!
갑자기 "나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의 국민교육 헌장이 떠오른다.
이 땅에 태어난 사명을 깨닫고 내 아이에게 이국적인 면을 심어주기 전에 나의 조국, 대한 민국을 알리는데 주역해야겠다.
아스팔트-인조땅- 위엔 생명이 없다.
하지만 황토는 모든 것을 보듬어 생명을 싹틔운다. '황토'가 사라지기 전에 나와 민족의 정체성을 찾을 것이다. 또한 사랑하고 옛것을 소중히 여겨야 겠다.
백두거인을 만나고 싶다.
아참, 있다가 딸과 함께 흙동이를 가지고 놀 계획이다.
백두산 노래 또한 함께 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