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 년 동안 열다섯 살로 살아간다면 어떤 느낌일까?나이가 들지 않고 새로운 인생을 쭉 살아간다면 재밌지 않을까 하며 읽게 된 책이다.옛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판타지 장편소설인데 엄청난 몰입감으로 책을 펼치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다.이 책에서는 마치 단군신화와 비슷한 숨겨진 신화로 이야기가 시작된다.환웅이 내려와 절친한 세 친구 곰, 범, 여우에게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삼칠일 동안 먹고 지내면 인간으로 변하게 해준다고 하지만 여우는 싫다고 거절한다. 훗날 범은 호랑족이 되고, 여우는 야호족이 되는데 이들은 사이가 안 좋게 비친다.주인공 가을이는 오백 년 전 열다섯에 최초의 야호 령에서 구슬을 받았고 종야호가 된다. 야호가 되면 나이가 들지 않은 채 영원히 살아갈 수 있는데 이런 가을이에겐 할머니와 엄마가 있다. 엄마는 중학교만 백 년 가까이 다녔지만 할머니와 가을이는 처음 중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둔갑술로 수상한 세쌍둥이처럼 보이지만 집에 오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러면서 티격태격하는 대화들은 일상 속 우리들 모습 같아서 웃음을 자아낸다.가을네 삼대 모녀가 야호로 산지 오백 년째. 영원히 살면 좋을 것만 같았는데 어쩐지 가을이는 좋아하고 아꼈던 이들과 헤어져야 했던 일들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존재를 지워야만 했을 때 너무 아팠던 기억에 가을이는 친구를 사귀지 않게 된다.마음이 흔들려서 마음이 움직여서 마음이 있어서, 가을은 울었다... (p.105)하지만 야호가 되었어도 마음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마음을 없앨 수 없었고, 처음부터 인간에게 마음을 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다.어느 날 가을이는 신우와 짝이 된다. 아웃사이더같이 지내는 신우. 어쩐지 가을이는 신우가 자꾸 신경이 쓰인다.우연한 계기로 신우와 조금씩 가까워지며 학교생활에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데 가을이가 몰랐던 과거의 인연으로 이어진 신우와의 특별한 인연을 때 닫게 된다.과거 가을은 열다섯 서희였던 때 덫에 걸린 하얀 여우를 구해준다. 하얀 여우는 령이 변신한 것이었고, 고마움을 느낀 령은 서희를 살리고자 소중한 구슬을 나눠준다. 인간과 호랑 사이에서 태어나 야호가 된 아이가 가을이었고,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가을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주변에서 위협이 느껴지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마침내 최초 구슬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야호족과 호랑족의 전쟁에서 중심에 서게 되는 가을이.가을이는 구슬 전쟁에서 무사할 수 있을까?열다섯의 나이로 오백 년을 살아낸다는 건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은 모두 나이를 먹지만 나는 그대로라면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았다. 같은 나이로 매번 새로운 삶을 살아내는 가을이가 대단하다고 느껴졌고, 혼란스러운 전쟁을 이겨내며 성장하는 모습에 응원을 보내게 된다.매일 똑같은 학교생활에 지친 청소년 친구들이 읽어본다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