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저울 반장 공정연
이나영 지음, 유시연 그림 / 우리학교 / 2026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노란색 표지 한가운데, 분홍색 머리의 아이가 저울과 주사위를 들고 있습니다. 무언가 재미있는 일을 계획하고 있는 듯한 야무진 표정이 먼저 눈길을 끕니다.
표지 아래 적힌 '하나부터 열까지 불공평한 세상, 이제 내가 나설 차례인가?'라는 문구도 흥미를 더합니다. 주인공 공정연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불공평한 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아이입니다. 자신이 겪었던 부당한 상황을 바로잡고 싶었던 정연은 '저울처럼 공평한 반장이 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반장 선거에 나섭니다. 당당히 반장이 된 정연은 자신이 약속한 대로 공평한 교실을 만들기 위해 하나씩 실천에 옮기기 시작합니다.
정연이가 생각하는 공평은 누구에게도 손해가 가지 않도록 모든 것을 똑같이 나누는 것입니다. 청소 구역도, 모둠 활동의 역할도,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기회도 저울의 양쪽을 맞추듯 정확하게 나누려고 합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괜찮아 보였던 정연의 방식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합니다. 모두를 똑같이 대하려고 하는데도 아이들은 오히려 불공평하다고 느끼며 불만을 터뜨립니다.
정연이의 행동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습니다. 어른인 우리도 내가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는 억울한 마음이 들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불공평하다고 느낄 때가 많으니까요.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준을 세우고 싶어 하는 정연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이 책은 누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나누고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공평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게 합니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필요한 것도 다르기 때문이지요. 똑같이 대하는 것과 공정하게 대하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유시연 작가의 그림도 이야기를 읽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분홍색 머리의 정연이는 표정과 몸짓만으로도 야무진 성격이 잘 드러납니다. 특히 저울의 균형을 맞추려는 정연이의 진지한 모습은 귀엽기도 하고 웃음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공평한 교실을 만들겠다는 정연이의 마음이 그림 속 표정과 행동에도 잘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나눠 볼 이야기도 많습니다.
- "모두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었는데도 불공평하다고 느꼈던 경험이 있을까?"
- "내가 정연이라면 반장으로서 어떤 기준을 세웠을까?"
아이들마다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은 다를 것입니다.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하다 보면 같은 상황도 서로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청소 구역이나 모둠 활동, 놀이 규칙처럼 아이들이 평소 경험하는 일과 연결해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겠습니다.
『저울 반장 공정연』은 공평과 불공평이라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낸 책입니다. 공평하게 하려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상황과 마음을 살펴보는 일도 필요하다는 것을 전해줍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하는 것이 정말 공평한 것일까요? 서로 다른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더 공평한 것은 아닐까요? 책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떠올리게 됩니다. 공정과 배려의 의미를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