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시간 ㅣ 그림책 숲 41
최정인 지음 / 브와포레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최정인 작가의 그림책 『하얀 시간』

표지 속 아이는 파란 모자와 목도리를 두른 채 눈 내리는 풍경 속에 서 있습니다. 차가운 겨울빛과 발그레한 뺨이 어우러진 모습이 눈길을 끕니다. ‘하얀 시간’이라는 제목에서는 눈 내리는 날의 고요함과 함께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집니다.

눈 덮인 마을에 백발의 여인이 살고 있습니다. 여인은 평생 아이를 바랐지만, 끝내 그 소원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있었다면 예쁜 모자와 긴 목도리를 직접 떠주고 싶었을 만큼 마음속에는 오랜 바람이 남아 있습니다.

어느 날, 여인은 마당에 작은 눈사람을 만들고 정성껏 뜬 목도리를 둘러준 뒤 모자도 씌워 줍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눈사람이 있던 자리에 한 아이가 서 있습니다.

여인은 아이를 집 안으로 데려옵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던 중 아이가 좋아하는 차 맛이 자신과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오래된 사진첩 속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과 아이가 닮았다는 점도 눈에 들어옵니다.

낯선 듯 낯설지 않은 아이는 누구일까요? 여인 앞에 나타난 아이의 정체와 두 사람에게 펼쳐질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여인이 눈사람에게 모자와 목도리를 씌워 주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오랫동안 바라던 아이에게 해주고 싶었던 일을 눈사람에게 대신 건네는 듯한 모습에서 여인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눈사람이 아이로 변하는 설정도 흥미롭습니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림책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신비로운 사건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새 여인과 아이의 관계에 집중하게 합니다.

최정인 작가의 그림은 파란색과 회색을 중심으로 차분하게 펼쳐집니다. 눈 덮인 마을은 고요하고, 그 안에 선 아이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합니다. 절제된 색감과 인물의 표정이 어우러져 장면 하나하나를 천천히 살펴보게 합니다.

책을 읽은 뒤에는 아이들과 인물의 마음을 짚어 보아도 좋겠습니다.

“여인은 왜 눈사람에게 정성껏 모자와 목도리를 씌워 주었을까요?”

“아이의 모습에서 여인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림과 이야기 속 단서를 살펴보며 생각을 나누다 보면 아이들마다 서로 다른 해석을 들려줄 수 있습니다. 인물의 행동을 근거로 마음을 짐작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에도 좋은 그림책입니다.

『하얀 시간』은 눈사람이 아이가 된다는 신비로운 설정에 한 여인의 사연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차분한 겨울 풍경과 섬세한 인물 묘사가 어우러져 이야기의 매력을 더합니다.

어린이에게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로, 어른에게는 인물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시간으로 다가올 수 있겠습니다.

신비로운 이야기와 잔잔한 그림을 좋아하는 분, 아이와 함께 인물의 마음을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들께 『하얀 시간』을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