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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고양이 ㅣ 북멘토 그림책 41
이혜인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6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혜인 작가의 『가을 고양이』를 만났습니다.
표지에는 주황빛 얼굴에 짙은 색 모자를 눌러쓴 듯한 고양이가 그려져 있어요. 머리 위에 노란 낙엽 하나를 얹은 모습이 귀엽습니다. 한지에 물감이 번진 듯한 그림도 눈길을 끕니다. 이 고양이에게 어떤 가을이 찾아올지 궁금해졌습니다.
초가을 밤, 고양이는 낙엽 이불을 덮고 잠이 듭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하얗던 털에 알록달록한 단풍빛이 물들어 있어요. 고양이에게 특별한 일이 생긴 것이지요.
기분이 좋아진 고양이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가을을 만납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를 듣고, 살랑이는 바람을 느끼며, 빛깔이 달라진 풀과 나무를 바라봅니다. 눈으로 풍경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소리와 냄새, 피부에 닿는 감촉까지 느끼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런데 가을을 한껏 즐기던 고양이에게 걱정이 생깁니다. 이렇게 예쁜 풍경이 내일이면 사라져 버릴까 봐 마음이 쓰인 것이지요. 그때 따스한 햇살이 고양이의 등을 다정하게 어루만져 줍니다.
“가을은 사라지지 않아. 더 예쁜 내일이 기다릴 거야.”
햇살의 말을 읽으니 고양이의 걱정이 조금은 이해됩니다. 아름다운 순간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의 시간이 지나도 새로운 날은 찾아오고, 그날에는 또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겠지요.
이 책에서 눈길이 갔던 부분은 그림입니다. 동양화를 전공한 이혜인 작가는 한지에 물감이 스며들고 번지는 느낌을 살려 가을 풍경을 표현했습니다. 붉은색과 노란색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고양이의 몸에 물든 단풍빛도 인상적입니다.
고양이의 표정과 주변 풍경을 찬찬히 살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글을 따라 읽다가 그림을 다시 들여다보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도 눈에 들어옵니다.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고양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고 물으며 표정과 몸짓을 살펴봐도 좋겠습니다.
가을이 조금 더 머물기를 바라는 고양이의 모습에서 즐거운 시간이 오래 이어지기를 바라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여행이 끝날 때나 정든 사람과 헤어질 때 느끼는 아쉬움과도 닮아 있지요.
『가을 고양이』는 계절의 변화를 따라가며 좋아하는 것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과 다가올 내일에 대한 기대를 함께 전합니다. 지금의 시간이 끝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책을 덮고 나니 지나가는 순간을 아쉬워하기보다 지금 누릴 수 있는 것을 충분히 즐기는 일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고양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일을 기다리는 마음까지 만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