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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 생각실이 들썩들썩
에스텔 봉펠트 지음, 마리 들리니 그림, 라미파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26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머릿속 생각실이 들썩들썩》**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절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생각’이라는 단어 뒤에 붙은 ‘실’이라는 표현이 자못 신선하게 다가왔거든요.
표지에는 파란 공간 속 여러 색깔의 실이 이리저리 엉켜 있고, 한 아이가 그 사이를 조심스레 걷고 있습니다. 머릿속에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모습을 ‘실’이라는 시각적 매체로 직관적으로 담아낸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책은 생각이 끊이지 않아 자주 딴길로 새는 한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내일 있을 수영 수업을 떠올리다가 수영복 생각으로 빠지고, 지난번 물을 먹었던 기억까지 거슬러 올라가지요. 그러다 작은 소리라도 들리면 유령 생각까지 번지며 머릿속은 금세 복잡해집니다.
아이에게는 이런 순간이 일상입니다. 수업 시간에도 생각이 다른 곳으로 훌쩍 떠나버리고, 갑자기 질문을 받으면 머릿속 생각들이 한꺼번에 엉켜 제때 대답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아이는 이런 자신의 모습을 ‘고쳐야 할 문제’로 여깁니다. 조용하고 차분한 생각을 가진 아이가 된다면 모든 게 훨씬 편해질 거라 믿으면서요.
그런 아이에게 고모가 다가옵니다. 고모는 아이의 생각을 억지로 정리해 주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들썩들썩 움직이는 생각실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들을 하나씩 보여주지요.
그래서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바로 ‘생각실’이라는 비유였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머릿속과 마음을 이해하기에도 참 친절한 장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복잡한 머릿속을 어려운 언어로 설명하는 대신,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형태로 보여주니까요.
특히 알록달록한 실이 길게 이어지고 꼬이며 튀어나가는 장면들은 언제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아이들의 솔직한 생각의 흐름을 그대로 닮아 있습니다. 표지부터 책장을 넘기는 동안 생각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을 따라가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자신의 생각이 자꾸 다른 곳으로 향한다고 해서 그것을 무조건 고쳐야 할 문제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특별한 생각 방식을 ‘잘못된 것’이라 자책하기보다, 나만의 개성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따뜻하게 바라봐 줍니다.
책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생각이 많다는 건 꼭 불편한 일만은 아닐지도 모르겠구나.’
생각이 너무 많아 길을 잃고 머뭇거리는 아이에게, 그리고 그런 아이의 마음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어른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해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괜찮아, 네 머릿속에도 너만의 근사한 생각실이 있단다.”**라고 나지막이 말해주는 계기가 되어줄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