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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둘리지 않고 당당하게
김미영 지음 / 미문사 / 2021년 6월
평점 :
이 세상은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눈에 보이는 현상들, 그 이면의 세계로 깊이 파고들어가는 순간 온통 거짓임이 드러나기도 하고, 누구나 다 아는 일반적인 통념들이 내가 경험한 바와 전혀 다른 모순된 사실임을 알게 될 때, 이 공허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지곤 한다. 차라리 삶에 답이 있다면 그 답대로 살면 될 텐데, 그것도 아니고 오롯이 나 스스로 답을 찾아가며 살아야 하는 게 바로 우리네 인생인 것 같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곤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런 의미에서 김미영 작가가 쓴 이 책은 자신의 삶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또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통해 길을 제시해 준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다양한 경험들을 하게 되고, 그러한 경험들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기도 하는데, 이 책의 내용들을 보면 우리가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삶의 얘기들로써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 늘 그렇듯,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혼돈의 세상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마치 술에 취해 비틀거리듯 그렇게 중심을 잃은 채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정작 중요한 자신의 생각보다는 남의 생각에 이리저리 끌려다녔고, 유독 남의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내 행동에 많은 제약을 가하기도 했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세상의 알 수 없는 것들을 반전의 시각으로 해석한 것 같다. 예를 들면 part 1에서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 속의 또 다른 모습을, part 2에서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 속의 진정한 내면을, part 3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의외의 결과를, part 4에서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통념에 대한 의문을, part 5에서는 작은 것의 커다란 의미를 말하고자 했다. 사실 목차만 보더라도 당장 읽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교사를 뚫고 나온 춤꾼, 과한 웃음으로 포장한 극심한 우울증, 배부른 기레기의 주린 영혼, 정직한 엄마는 새빨간 거짓말쟁이, 콩쥐의 화려한 외출 등등 기가 막힌 반전의 세상들이 이 책 속으로 흠뻑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사총사를 품은 삼총사’에서 가슴이 짠한 감동을 받았다. 사실 나도 예전에 전절 안에서 혼잣말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 그분은 백발의 할아버지였는데, 다들 무서웠는지 슬슬 그 주변을 피하는 것이었다. 그나마 난 좀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 상황만 주시했을 뿐 굳이 피할 이유는 없었다. 솔직히 지금 생각해 보면 나 역시 무서워서 피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작가가 바라본 그 삼총사는 혼잣말을 하는 여성분을 장시간 따뜻하게 품어줬다니 나 역시 그 삼총사처럼 소외된 누군가를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순종 속에 감춰진 분노’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아빠에 대한 분노가 점점 극에 달하고 있었다. 워낙 권위적인 성격 때문에 감히 무서워서 말대꾸도 못한 채 그저 순종하면서 살아왔는데, 이제는 한계가 왔는지 말도 하기 싫고, 마주치는 것조차 싫었다. 그래서 나 스스로 못된 자식인가 싶어 죄책감이 들었는데, 이 책을 읽어 보니 당연한 결과였던 것이다. 아무리 부모와 자식 간이라도 무조건적인 순종은 훗날 엄청난 분노로 폭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그 누가 됐든지 간에 눈치 보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몸이 멀어지면 마음은 진실해진다’에서 이번 코로나로 인해 이 말이 너무도 가슴에 와 닿았다. 예를 들어 늘 만나던 사람들이었지만 거리두기를 통해서 몸이 멀어지니 오히려 상대방에 대한 진정한 내 마음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따라서 진정성이 없는 만남은 굳이 계속해서 그 만남을 이어나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주변의 지인들 역시 이번 코로나가 인간관계에 있어서 불필요한 거품을 쫙 빼준 역할도 해줬다고 한다. 이는 곧 진정성이 없는 다수의 인간관계보다는 진정성이 있는 소수의 인간관계가 훨씬 의미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세상엔 딱히 답이 없다.’라는 말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자 하는 게 결국 이런 답 없는 세상 속에서 굳이 이리저리 끌려 다닐 필요 없이 나답게 살라고 말한다. 그게 바로 삶의 행복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