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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평점 :
죽음이라는 명확한 종착역으로 달려가면서도 우리는 아등바등 살아가기 위해 몸부림친다. 때문에 우리의 삶은 모순적일지도 모른다. 결말을 앎에도 우리는 치열하게 나아가니까.
양귀자의 <모순>은 인생의 이율배반적인 면을 소설 속 인물들로 잘 녹여냈다.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다른 운명으로 살고 있는 일란성 쌍둥이의 삶을 조명한다. 만약 쌍둥이를 직접 주인공으로 보여줬다면 식상했을지 모른다. 대신 쌍둥이의 자식 중 불행한 역할을 맡은 쌍둥이 언니의 자식 안진진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안진진의 어머니는 가정을 전혀 책임지지 않고, 밖으로 나돌아만 다니는 남편을 만나 가장과 가정주부로서의 이인극을 모두 해내야하는 억척스러운 삶을 살게 된다. 반면 쌍둥이 자매 중 동생이자 안진진의 이모는 레일 위의 기차 처럼 계획된 삶을 살아가는 남편을 만나 순탄한 삶을 살게된다.
남들이 보기에는 불행한 안진진의 어머니와 행복한 조건밖에 가지지 않은 이모는 극렬히 대비된다. 그들은 유전자적으로 같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쌍둥이의 불행과 행복은 같은 유전자에 다른 색을 입혀놨기에 더욱 대비된다. 그러나 이들의 삶은 남들이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 안진진은 결말을 알면서도 모순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우리의 삶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삶은 고통으로 가득하다는 싯다르타의 말씀처럼, 어쩌면 고통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모순일지도 모른다. 아주 먼 과거의 나도, 과거의 나도, 현재의 나도, 계속 고통을 겪었으면서도 미래에는 고통이 사라지고 행복할 것이라 믿으며 살아간다.
우리가 살아가며 선택하는 것 또한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 우리는 모두 안진진과 다름없을지도 모른다. 삶의 흔적을 되돌아보자. 얼마나 많은 갈림길을 지나왔는지. 그리고 한 쪽 길을 택한 선택이 얼마나 합리적이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남을 욕하며 똑같은 행동을 하면서 합리화하기도, 재미있어 보이는 일보다는 결국엔 안정적인 일을 선택하기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하기도.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채 헤어지기도.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