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야곱 DNA - 축복을 갈망하는 현대인의 이중적 욕망
김기현 지음 / 죠이북스 / 201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은 이중적이다 못해 다중적이다. 이번에 이 책을 두번째 읽게 되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책제목처럼 야곱의 이중성이 부각되어 읽혔고 그것이 가장 인상깊게 남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부분이 새롭게 다가왔고 내가 이전에 이 책을 읽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좋은 책은 여러번 읽는 다독이 유익하다고 추천하는 듯 하다. 아마도 세번째 읽게 될 때는 또다른 부분이 눈에 들어오는 유익이 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이중적인 야곱을 정신분열에서 영적성숙으로 인도하신다. 이것이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깨닫게 된 것이다. 저자는 각 장에서 야곱의 대표적인 이중성들을 통찰력 있게 포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복을 향한 야먕과 열망의 이중성이다. 이 이중성이 너무 뚜렷해서 이도 저도 아닌 통합되지 못한 자기분열로 생을 마감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벧엘과 얍복강 가에서 야곱을 만나셨다. 벧엘에서 하나님께서는 어디서나 계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게 했고, 얍복강에서 하나님은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하나님을 볼 수 있게 했다. 느리고 더디지만 하나님께서는 야곱을 믿음의 사람으로 변화시키셨음을 보게 된다.

 

벧엘에서 하나님께서는 야곱에게 찾아오셔서 은혜를 경험케 하신다. 형을 속이고 자기방식대로 복을 추구하던 야곱에게 그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먼저 찾아오셔서 언약을 맺으시고 보호와 인도를 약속해주신다. 무엇보다 하나님은 부모님들의 하나님, 브엘세바라는 지역에 묶인 신이 아니라 벧엘에도 계신 하나님임을 깨닫는 눈이 열린다. 벧엘은 사물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한다(183). 결국 어디서나 계시며 자신과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보는 눈이 열린다. 이것이야말로 신앙의 성숙이며 영성의 극치이며 예배의 완성이다.

 

또한 야곱은 얍복강가에서 하나님을 만난다. 져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입지만, 하나님을 늘 의지하게 하도록 환도뼈가 골절된다. 이후 야곱은 에서를 만났을 때 에서의 얼굴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본다. 아첨이요 입에 발린 말일 수도 있지만 여기서 진실을 보게 된다. 용서하는 에서의 얼굴과 축복하시는 하나님의 얼굴은 닮았기 때문이다. 브니엘은 사람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한다(184). 이것은 결국 원수사랑이라는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오롯이 삶 속에서 이루어가야 함을 깨닫게 한다.

 

저자는 야곱의 생애를 따라가면서 그의 이중성을 탁월한 통찰력으로 추척하고 있다. 저자를 따라 글을 읽어가다보면 어느새 나 또한 야곱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게 된다. 어느 자리에서는 거룩하고 숭고한 듯 하지만 어떤 때는 지극히 본능적이고 속물적인 나 말이다. 그러나 이런 이중성에 나 자신을 비하하고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야곱을 만나시고 붙드시며 그를 믿음의 사람으로 빚으신 하나님께서 나 또한 만나주시고 빚어가심을 알기 때문이다. 그분은 오늘도 내 안에 하나님의 DNA를 빚어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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