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의 동네 관찰 일기
박재철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비단이에요.

 

지금이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최근들어 신기했던 일 중 하나가 바로 체험학습이었어요.

체험학습이라니... 그걸 돈주고 가야 한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무척 놀라웠답니다.

딸기 따는 걸 돈 주고 해야 한단 말야?  고구마를 내 돈 주고 캐야 한단 말야?

뭐 이런 심보랄까 ㅡ.ㅡㅋ

 

저희 어린 시절만 하더라도 시골에 내려가 고구마 캐는 일은 대수롭지도 않은 일이었고

머리가 조금 굵어지면 그게 마냥 재밌지만은 않은 노동임을 깨닫게 되는건 시간문제였는데 말이에요.

그 시절 뭔가 의도를 가지고 하는 일이라곤 방학 숙제로 나오는 곤충채집 정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세월이 참 많이 변했어요.

요즘은 일부로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 않는 이상 아이들에게 자연을 보여줄 기회조차 가지기 힘들다니 말이에요.

그렇게 은근슬쩍 체험학습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우리는 정말 꼭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지만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걸까요?

 

 



 


 

 
 

 

봄이의 동네 관찰 일기

박재철 글 / 그림

210*297mm 87p 양장본

권장연령 초등 1~2년

길벗어린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책이라 분량이 제법 되는 A4크기의 양장본 책이에요.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까지 사계절을 기준으로 목차가 제시되어있습니다.

 

 

 


 

 
 

책은 주인공 봄이가 300여종에 가까운 생물들을 관찰하고 기록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뭔가 전문적이고 대단한 느낌인가요? 어딘지 몰라도 특별한 곳일 것 같나요?

실제 수원의 광교산 자락에 살고 있는 작가는 집 근처와 광교산을 오르내리며 취재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고 해요.

가장 고가의 장비라곤 200만 화소짜리 낡은 디지털 카메라라고 하는군요.

그마저도 책을 만들기 위한 장비겠죠.

봄이처럼 관찰 일기를 쓰기 위해 필요한거라곤 돋보기 정도면 충분할겁니다.

 

집 밖을 나갔을 때 운동기구들이 있는 작은 공원이 있고 야트막한 뒷산이 있는 곳이라면

돋보기와 관찰노트만으로 누구나 봄이처럼 300여종의 식물과 곤충, 생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이,

사실 꽤나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화려하고 활기넘치는 여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한 페이지에요.

세밀화라기 보다는 생기발랄한 수채화의 느낌이 강하네요.

글밥이 제법 있는 편이라 정독한다면 꽤나 시간이 소요될 듯 합니다.

계절별로 특정 분야 별로 발췌독하며 조금씩 읽어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아요.

 

 

 


 

 
 

 

봄이는 애벌레도 무서워하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관찰하는 친구에요.

실제 키우는 방법을 소개하는 페이지들도 있어 쉽게 따라해 볼 수도 있답니다.

 

전 다리가 두 쌍 이상이거나 이하인 것들을 종류 불문하고 모두 무서워하는지라 봄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언젠가 단이가 놀이터에서 죽은 매미를 만질때 차마 만지지 말라는 소리는 못하고

오만상 인상을 찌푸리며 그래, 매미네... 앓는 소리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딴에는 엄청 노력했다는 ㅋ

 

이렇듯 자연을 관찰한다는게 저같은 엄마에게는 큰 도전이 되는 일이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아이의 세계를 넓혀줄 수 있는 일이겠지요.

실제 나뭇잎을 그려보라고 하면 다들 똑같은 나뭇잎만 그린다는 말이 있잖아요.

길쭉한 나뭇잎도 있도 아기 손바닥 같은 나뭇잎도 있고 별의별 나뭇잎이 많은데 말이에요.

 

그러고보면 관찰이란 단순히 어떤 대상을 보고 기록하는 일이 아니라

대상의 본질을 꿰뚫는 연습을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친구들에게 꽃이름 열 개만 빨리 대보라고 다그치면 대부분 반응이 똑같더군요.

장미! 장미! 음... 무궁화! 음... 개나리?

여자아이들은 그나마 대답을 하지만 남자아이들은 어쩜 그리 반응이 한결같은지 :D

 

뭐 그렇다고 저 역시 길을 가다 피어 있는 꽃을 보면서 단이에게 단박에 이름을 일러줄 수준은 아니에요.

그래서 요즘은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꽃과 나무들은 이름을 꼭 기억해 두려고 애를 쓰고 있답니다.

단이가 아직은 꽃과 나무라는 종 구분 정도 밖에 못하는 나이지만 언젠가 맞이할 '뭐야' 시즌을 위해 미리 대비해둬야죠 :)

 

단이 덕분에 엄마도 참 많은걸 배우게 됩니다.

 

 

우리 동네에서도 따라 하기 쉽게 관찰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는 <봄이의 동네 관찰 일기>는

자연관찰책이지만 딱딱하지 않고 다정합니다.

한 페이지만 읽어보더라도 당장 아이와 함께 박차고 나가 그대로 관찰해 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죠.

자연관찰을 어렵거나 체험학습을 특별한 활동이라고 생각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