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간의 요술 말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37
천장훙 지음, 염미희 옮김 / 길벗어린이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비단이에요.

 

아이에게 가능한 다양한 그림책을 접해주려 애를 쓰긴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데요.

얼마전 [길벗어린이]에서 새롭게 출간된 <한간의 요술말> 역시 단이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중국 작가의 책이었어요.

 

물론 전에도 대만의 인가작가인 챠오줜옌의 <하양과 까망> 같은 책을 단이와 읽은 적은 있어요.

무척 기발하고 재밌는 책이긴 했지만 특성상 중국의 정서를 느끼긴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한간의 요술말>이 단이가 처음으로 접하는 대륙의 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어떤 책인지 살짝 볼까요.

 

 

 


 

 
 

 

한간의 요술말

천장훙 글 그림 / 염미희 옮김

321*257mm 36p 양장본

권장연령 어린이

저학년 책방 13권

길벗어린이

 

 

 


 

 
 

중국에서 태어난 천장홍은 프랑스에서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한간의 요술말>로 2005년 독일 아동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해요.

주로 중국의 전통과 옛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을 발표하는 작가라는데

<한간의 요술말> 역시 파리의 세르누치 박물관에 소장된 한간의 <말들과 마부>라는 작품을 보고 구상한 작품이라고 하는군요.

 

말 그림이 정말 대단하지요?

언젠가 동물들 중에서 말을 그리는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요.

말을 잘 그리는 사람은 어떤 동물이든 다 잘 그린다는 :)

 

작품 속에 등장하는 한간이라는 인물은 중국 당나라때 실존했던 인물로 말 그림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말의 육체가 아닌 정신을 그렸다는 칭송을 받을 정도였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화가인지 알 수 있겠죠.

 

작가인 천장홍 역시 <한간의 요술말>의 삽화를 그릴때 한간처럼 비단에 그림을 그렸다고 해요.

그래서 그런지 천장홍의 말그림을 보면 역동적이면서도 부드러운 번짐이 인상적인 묘한 여운을 남깁니다.

생동감 넘치는 말 그림과 옛중국의 복식, 그리고 나라마다 다른 특유의 인물 표현까지 볼거리가 풍성한 그림책이에요.

 

권장연령은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지만 만 4세부터라면 그림을 통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림을 좋아하지만 가난했던 한간은 화가 왕유의 도움으로 그림 공부를 계속 하며 말 그림에 매진했어요.

그의 말 그림은 점차 유명해졌고 한간은 궁궐에서 화가로 일하게 되었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용맹한 장수가 한간을 찾아와 요술말을 그려달라고 청하자

평소 자신이 그린 말이 종이 밖으로 뛰쳐나갈까 봐 늘 매여 있는 말만 그렸던 한간은 흔쾌히 장수의 제안을 승락합니다.

 

화룡점정이라는 말이 있지요.

요나라의 장승요라는 화가가 안락사에서 용을 그릴때 눈동자를 그려넣자 용이 승천했다는 고사성어가 떠오르더군요.

용이 승천하고 말이 비단 박차고 나올 정도의 그림은 대체 어떤 그림일까요.

단순히 사진처럼 똑같이 그리다는 걸로는 부족한, 정말 정신을 담아야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단 그림만 그러할까요.

어떤 일을 하든 겉모습만 그럴싸한게 아니라 혼을 담아낼 수 있다면 무엇이 되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말을 잘 보살펴 주세요.

 

결국 불길 속에서 뛰쳐나온 한간의 말을 타고 장수는 어둠 속으로 쏟살같이 달려가고 한간의 외침은 허무하게 울립니다.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걸까요.

 

 

 

 

 

용맹한 장수는 전쟁마다 한간의 요술말을 타고 혁혁한 공을 세우지만 만족을 모르고

한간의 요술말은 싸우고 또 싸우고 머리가 잘리고 다리가 뜯겨져 나뒹구는 것을 보았지요.

 

한 페이지를 꽉 채우게 그린 한간의 요술말이 흘리는 눈물이 무서울만큼 전쟁을 리얼하게 담아냅니다.

 

 

전쟁

부모가 되기 전에는 관심도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던 단어에요.

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나니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특히 우리나라의 특수성 때문에 더더욱 와닿더군요.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지금 이순간

우리들과 같은 동시간을 살아가지만 전쟁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겠지요.

사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나라만 해도 전쟁을 잠시 쉬고 있는 휴전, 즉 전쟁 중이라는 뜻이니까요.

 

전쟁을 경험한 세대가 아닌 이상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섣불리 추측해보는 것조차 엄두가 나지 않지만

내 아이가 전쟁을 겪게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무너지는 엄마의 마음입니다.

 

비폭력을 지향하는 작가의 메시지를 아이와 함께 나누어본다면 좋을 것 같아요.

 

만약 아이가 전쟁은 왜 일어나는거냐고 물어본다면

장수처럼 만족을 모르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해줄 수 있겠죠.

 

 

 

 


 

한간의 그림 속으로 돌아간 요술 말은 전장을 벗어났음에도 여전히 피를 흘리며 서 있습니다.

그래서 전쟁이 끝나도 상흔은 여전하다고들 하나 봅니다.

 

 

 

활자가 작아서 그런지 어울리지 않아서 그런건지 가독성이 떨어지는 점이 좀 아쉬웠지만

<한간의 요술말>은 전쟁과 인간의 욕심, 그리고 장인정신 등 아이와 함께 다양한 접근이 가능한 책이에요.

 

뿐만 아니라 곳곳에 등장하는 중국을 대표하는 붉은색을 통해 강렬한 느낌과 더불어

비단이라는 소재의 특성으로 드러나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그림이 볼거리를 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자주 접하지 못했던 중국 작가의 작품이라 안목을 넓힐 수 있어 더욱 흡족했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