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문학과지성 시인선 353
강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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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시간의 이동에 의한 게 아니라 시간의 소멸에 의한 잠정적 결론, 너의 문 안에서 나는 모든 사랑이 체험하는 종말의 예언을 저작한다 -키스

모든 시간은 일회성은 시간이다. 한 번 흘러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므로 이미 시작된 사건과 순간은 종말을 향해 흘러갈 뿐이다. 사랑의 순간들은 그 중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들을 연출하고 가장 극적으로 과거로 사라진다. 항상적으로 탄생하지만 항상적으로 소멸하는 순간들을 포착하는 도구가 있다. 바로 카메라가 그러하다. 그것은 순간의 소멸성을 극복하려는, 즉 순간에 영원성을 부여하려는 인간 욕망의 산물이다. 물질적으로 현상된 순간의 그림자들을 보며 끊임없이 과거를 현재의 순간으로 불러들이는 인간을 우리는 과히 ‘기억의 집’이라 부를 만하다.

시집 <<키스>>에서 강정은 사랑의 순간을 끊임없이 신체에 각인시킨다. 같이 고등어를 발라 먹는 여자와의 애무 <고등어 연인>, 키스의 순간에 대한 탐색 <키스>, <血便을 보며> 등, 사랑과 고통 아픔 등의 모든 사건은 강정에게 있어 신체의 문제로 들어난다.

강정은 사랑의 순간들을 탐닉하면서 탐닉의 순간들에 집요하게 카메라를 들이대 그 순간들을 포착한다. 포착된 순간이 다시 신체에 새겨지며 시인의 신체는 순간의 탐닉과 순간을 담으려는 영원성이 공존하는, 가히 기억의 집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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