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들의 도서관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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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드는 사람이라면, 매일 같은 교통정체와 정형화된 삶의 구조들을 하루도 빠짐없이 목격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무방향버스>를 한번쯤 꿈꾸어 봄직도 하다. 내가 그랬다. 휴학하고 1년 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침 출근길의 어느 날 목이 갈라질 듯한 갈증이 왔다. 인생이 별 거 없다는 걸 체감하는 순간, 매일 8시 20분이면 집에서 나와 매일 같이 교통체증을 경험하고 1분 1초 단위로 구성된 일을 하다가 6시에 퇴근할, 변함없이 그렇게 구조될 그것이 내 삶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공포가 왔다. 그것을 몸으로 아는 사람이라면 후텁지근한 버스의 살짝 열린 창틈으로 들어온 바람처럼 <무방향버스>가 다가올 것이다.

김중혁은 <엇박자 D>, <무방향 버스>, <유리 방패>등을 통해 고도로 구조된 사회에 대한 작은 '삐침'들을 드러낸다. 현실은 이미 구조되어 있고 우리 세대가 할 일을 그 구조 속으로 편입하는 일밖에 남아 있지 않다. 우리 전 세대의 대학생들에게 대기업은 '선택'의 문제 였을 지 모르나, 우리 세대는 대학 새내기 적 부터 대기업을 '목표'로 매달린다. 시스템에 꿈을 박탈당한 세대에게 김중혁은 자기 자신의 속도를 찾을 것을 종용한다. 시스템의 속도에 스스로를 맞춰가지 않고 자기 속도로 살아기를, 정확히 들어맞는 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음으로 화음을 만들어 나가기를. 

김중혁은 그 자신의 문제의식으로 이 소설을 엮어 냈겠지만 결과적으로 이 소설집은 김중혁이 우리세대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고, 우리 세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작가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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