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부 키친, 오늘 하루 마음을 내어드립니다
이수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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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이수부 키친>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 발딱 일어나 앉게 한 책이다. 그저 따뜻한 시선으로 주방 너머의 풍경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에세이라고 본다면 100% 제대로 읽혀진 게 아니다. 경영과 요리를 함께 짊어진 원 테이블 레스토랑 사장님이자 셰프인 이수부 자신이 바라보는 맛과 요리의 본질과 함께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수없이 겪은 경험의 단상들을 가감 없이 담고 있다


도입부부터 독특하고 무게감이 느껴진다. 셰프가 밝힌 중요한 일을 하지만 자기를 중심에 두지는 않는다.’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도드라지거나 먼저 내지르지 않는다.’ ‘없으면 허전하고, 좀 과하다 싶게 많이 넣어도 크게 맛을 해치지는 않는다.’ ‘내가 주인공이 되기보다 다른 것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게 도와준다.’기본을 만드는 좋은 재료의 특징들은 마음 속 깊게 마음에 꽂혔다.


따뜻한 심야식당의 주인아저씨가 되고 싶었던 셰프의 공간엔 화려한 파인 다이닝과는 사뭇 다르게 기꺼이 받아들이는 불편함이 있다. 테이블 하나에 셰프도 한 명, 분주하게 음식을 준비할 때 손님들은 제 집마냥 와인을 직접 오픈하고 앞 접시를 치우고 새로 준비하면서 공간에 대한 이수부의 캐치프레이즈사람이 엮은 공간이 사람을 엮어주는경험을 공유하게 된다. 특별한 공간의 기억은 맛으로 이어지며 다시 좋은 선물과도 같은 추억으로 온전히 남게 된다. 한번이라도 손님으로 이 공간을 방문했던 사람들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이수부 키친의 또 다른 축은 식탁의 미니멀리즘이다. ‘미니멀하다는 단어는 셰프에게 곁가지를 걷어내고 핵심을 꿰뚫는다는 뜻으로 다가왔다. 본래 미니멀리즘은 소비 지향적인 삶과 욕망에서 벗어나 가장 필요한 것만 소유함으로써 자유와 절제를 추구한다. 소중한 것에만 집중하여 시간과 돈, 노력을 낭비하지 않는 동안 현재에 충실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미니멀리즘은 개인마다 다르게 소화하기 마련이다


셰프의 미니멀리즘은 음식에 국한되지 않고 운영과 서비스에도 영향을 끼친다. ‘덜어냄으로써 부족한 것이 아니라 비울 수 있게 되어 오히려 채울 여백이 생기는 것도 미니멀리즘의 일부이며, 마음의 근심을 한곳에 모아 가능하면 흐트러뜨리지 않으려 하는 것도 미니멀리즘의 정신임을 강조한다.


책 말미에 소개한 이수부의 미니멀리즘 레시피는 모두 레스토랑에서 직접 선보이는 음식들의 레시피들로 누구든 겁먹지 않고 따라 할 수 있도록 친절하다. ‘집 같고, 푸근하고, 먹었을 때 부담없는이수부만의 공간과 음식이 오래도록 지속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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