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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공포분자 : 풀슬립 1,000장 넘버링 한정판 2K 리마스터링 - 에드워드 양 감독의 타이페이3부작 트릴로지의 마지막 작품 / 부클릿(32p)+캐릭터카드(4종)+엽서(5종)
에드워드 양 감독, 무건인 외 출연 / 노바미디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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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건 빛을 모두 차단한 암실에서 소강이 숙안에게 하는 말과 같다. 빛이 없다면, 밤도 낮도 없어진다면, 자신 조차도 볼 수가 없다면 과연 시간은 흐르는 걸까. 하나의 명제를 떠올려보자. 여자는 떠나간 남자를 그리워한다. 명제는 시간에 속해있지 않다, 더 엄밀하게 말해서 명제는 우리의 시간에 속해있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보여질 때, 기독교의 용어로 현현(epiphany)할 때, 사건이 되며 의미를 만들어낸다. 숙안을 낳은 중년 여인이 떠나간 미군 남자를 그리워한다. SMOKE GETS IN YOUR EYES. 자살을 시도한 젊은 여인이 숙안을 따라간 남자를 그리워한다. 어쩌면 명제들이 결합해서 시간을 생성하기때문에 우리가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별개로 보이던 각각의 명제들이 일정한 질서에 따라 결합한다. 모자이크를 떠올려보자, 소강의 암실에서 본 조각난 숙안의 얼굴이면 충분하다. 조각난 한장 한장은 명제이다, 명제 자체로는 어떤 가치도 의미도 없다. 하지만 그 명제들이 일정하게 계열화되어 물질로 현현할 때, 사건이 발생하고 의미가 생겨난다. 마치 숙안의 얼굴 조각들이 잘 맞춰져야만 숙안의 얼굴이 되는 것과도 같다. 우린 우리의 생이 실재하고, 우리의 존재가 안정적이며, 우린 살아있다고 믿는다. 적어도 우린 생각하는 갈대보다는 가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암실에 걸린 숙안의 얼굴은 바람이 불면 그 형태가 무너지곤 한다. 마치 존재하다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처럼. 그래도 우리에게 생이란 활동 사진이다, 그게 우리가 영상을 보는 이유다. 사진을 빠르게 죽 늘어놓고 그것이 움직인다고 믿는 것처럼 현존재(Dasein)란 믿음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C'EST LA 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