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 일반판 - 아웃케이스 없음
송강호 외, 이창동 / 아트서비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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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의 마지막에 감독은 이렇게 덧붙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아름답다' 라고. 이창동 감독은 20년 전에 읽었던 이청준의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 <밀양>을 찍었다. 감독은 그 과정에 대해 소설이 감독 안에서 계속 숨어있었던 거라고 설명한다. 그럼 우린 감독에게 이렇게 물어볼 수 있다. 소설이 감독의 어디에 숨어있었던 거냐고. 감독은 어느 순간 20년 전에 읽었던 소설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감독에게는 왜 그런 생각이 떠올랐던 걸까. 물론 그 어느 순간에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계기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그 과정을 두고 원인과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린 이렇게도 질문을 해볼 수 있다. 그 생각이란 게 감독의 의지로 생겨난 것일까, 아니면 외부에서 주어진 것일까. 감독은 그렇게 시작된 생각으로 영화를 구상했다. 그 전체적인 구상이 감독에게 있어 영화의 설계도가 될 것이다. 감독은 밀양이 아닌 다른 장소를 고를 수도 있었고 결말이나 전개를 다르게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밀양을 배경으로 신애를 주인공으로 해서 만들어졌다. 감독의 설계도에 신애는 아들을 잃고 기독교에 귀의했다가 정신병을 얻는다. 종찬은 신애를 만나 지켜보다가 기독교도로 남는다. 도섭은 신애의 아들을 유괴하고 살해했다가 신에게 용서를 받는다. 영화 속에 들어가 보면 신애는 도섭으로 인해 기독교에 귀의하고, 종찬은 신애를 만나 영향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감독의 설계도에서는 각 등장인물들이 겪는 사건의 계열 사이에 서로 영향은 없다. 단지 신애와 종찬은 그래야만 했고, 도섭 역시 그래야만 했던 것이다. 즉 신애의 시간과 종찬의 시간, 그리고 도섭의 시간이 교차되는 것 뿐이다. 이건 다른 인물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 셋의 시간에 준의 시간, 정아의 시간, 김장로의 시간이 교차된다. 물론 그 등장인물들의 시간과 더불어 용달차의 시간, 노래방 기계의 시간, 거울의 시간 역시 교차된다. 만약 그들과 그것들 중에 하나라도 교차되지 않았다면 영화 <밀양>의 사건들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감독의 설계도에서는 모든 게 그래야만 하고 만약 거울 하나라도 변화가 있었다면 그건 <밀양>이 아니기 때문이다.


[출처] 밀양 - 최선의 세계|작성자 kenoh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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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독사의 사유 - 장자와 철학
이정우 지음 / 그린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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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정우 선생의 장자라니!!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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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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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자기 구현이란 결국 불교의 공(空)이나 노자의 무(無)로 연결된다. 자기란 결국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무한한 가능성이며, 이 원형에 도달하는 것이 바로 헤세가 추구했던 '자기에게 이르는 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싱클레어를 대오(大悟)하게 인도하는 인물의 이름이 데미안이어야 했다. 데미안은 데몬을 거쳐서 다이몬(daimōn)을 연상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자기 내면에서 듣는 목소리를 다이몬이라 여겼으며, 다이몬을 섬겼다는 이유로 독배를 들었다. 결국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은 내면의 목소리였던 것일까. 소설의 후반부에서 전장에 나간 싱클레어는 포탄을 맞는다. 그 순간에 싱클레어가 보았던 환영들은 그가 포탄을 맞고 결국 죽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독배를 든 소크라테스는 이제 불멸할 것이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싱클레어는 죽음을 겪은 후에 비로소 데미안을 다시 만난다. 그리고 데미안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꿈에서 깨어난 장자는 나비가 장자의 꿈을 꾸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한낱 꿈(Traum)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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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카푸스틴 : 피아노 작품집 - 8개의 콘서트 에튀드 op.40, 변주곡 op.41, 달 무지개 op.161, 피아노 소나타 2번 op.54
카푸스틴 (Nikolai Kapustin) 작곡, 손열음 (Yeol Eum Son) 연주 / Onyx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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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잡지 모노그래프에서 찍었던 사진으로 썼네요?ㅎ 손열음의 연주, 늘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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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오페라 - 서양 고전음악 작품 및 음반 리뷰집
박상원 지음 / 책과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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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을 아껴서 먹듯이 천천히 한장 한장 음미하며 읽고 있습니다. 마이너 레이블에 대한 소개로 시작한 것처럼 누구나 추천하는 유명한 음반들이 아닌 숨겨져있던(?) 보석들을 발굴해서 소개해주시는 점이 좋았습니다. 대개 애호가들의 선호가 특정 시대에 머물러있는데 고음악과 현대음악에 대한 소개야말로 이 책의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표지부터 레이아웃, 음반 이미지의 해상도, 챕터에 따라 다른 칼라를 쓰신 것등 정성이 듬뿍 담긴 책입니다. 저자가 다음 책도 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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