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안전가옥 오리지널 37
서귤 지음 / 안전가옥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신나간(칭찬) 이야기의 시작을 목도하다

둘은 사랑을 하고 있다고


첫 출근하자마자 플러팅 갈기는 상사 어떤데

허공에 뽀뽀 갈기기는 기본

눈꺼풀에 있는 점 위치까지 알아보고 주인공이 한 말이라면

단 한 마디도 안 놓치고 모조리 기억하는 상사 어떤데


그런데... 둘 다 여자라면 어쩔래


내가 다른 사람이랑 연애했으면 좋겠냐고 묻는

박찬욱의 아가씨가 오버랩되는 대사를 치는 여자들 어쩔래!


어쩌긴 어쩌겠어

감사하게 밥그릇 들이밀면서 더 달라고 해야지

더 말아주세요 더 더 more more

여기 허위매물 아니고 진짜 사랑 맛집이에요


역시 믿고 보는 안전가옥


.


사실 처음엔 캐릭터 진입장벽이 좀 있었다


미모로 커버가 안 될 아재개그를 시도때도 없이 치는,

사슴처럼 생겨놓고 2024년에 방가방가를 쓰는 탐정 상사

(사슴인 줄 알았더니 고라니)


그렇다고 주인공이 멀쩡한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탐정사무소 동료는 괜찮은가? 그렇지 않다

그는 개발자 출신 특유의 ptsd가 극심해보였다


악역은 정상적인가? 그럴리가


하지만 다 보고 나면 진입장벽 그게 뭔데

이미 모두에게 입덕한지 오래야

원래 좀 이상한 애들한테 빠지면 더 답이 없는 법


이 와중에 문체도 보통이 아니다

표현들이 어찌나 신박한지 고난이도 비문학보다도 집중해서 봐야 한다

잠깐 정신줄 놓으면 분명 한 문장인데

저 먼 안드로메다까지 다녀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진지했다가 웃겼다가 정신을 못 차리게 해


정상, 멀쩡, 평범, 평균 이런 단어들과의 거리가

2억 광년 정도 떨어져있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는 이 소설


심지어 탐정수사극인 줄 알았던 장르는

후반부에 이르러 대차게 반전을 준다

꼭 작품의 제목처럼 브레이크 없이 뻗어나가는데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면서 이래도 되나 싶고

사랑, 도덕, 신뢰, 이타심 기타 등등 온갖 감정이 한데 버무려져

비유적으로도 실제로도 펑- 하고 터져버리는

미친 속도감의 작품


장르도 캐릭터도 내용도 결말도!

무엇을 생각하든 상상 그 이상이니까

제발 영상으로 나와줬으면 좋겠다


.


필명만 알고 있었던 서귤 작가의 글을 이번에 처음 읽어봤는데

독특한 문체가 중독적이라 다른 작품들도 보고 싶어졌다


.


.


.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안전가옥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외톨이는 말이야, 이래서 문제야. 한 방울의 호의에도 마치 바다에라도 빠진 것처럼 푹 잠겨버린다고.

"너랑 있을 땐 괜찮아."

이번에야말로 비상이야, 비상.

"당신도 있잖아요."

"죽이고 싶은 사람들."

박민성은 몰랐던 거지. 세상에 절대 변하지 않는 악인이 존재한다는 걸. 경험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인생 최대의 악행이 게임 중 욕설인 사람이니 주변에도 다 비슷비슷한 부류들만 있었을 거야. 순진하지만, 아마도 그게 박민성이 가진 선함의 원천이었을 거고.

"현성 매니저님이랑 연애할까요? 내가 그랬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이랑?"

곽재영이 사슴 같은 눈을 깜빡이다 대답했어.

"다른 사람 말고."

고주운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지도 모르고.

"정현성 같은 사람 말고. 좋은 사람이랑 연애하면 좋겠어."

살아야 해서 다급하게 붙잡는 동아줄 같은 관계도 사랑일 수 있을까.

뭐, 사랑이 아닐 건 또 뭐야.

그때 알았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우리의 결말이?

어휴, 참 쓸데없다. 이런 가정 말이야.

지금까지 내가 들려준 이야기는 한 악당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