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난로 - 갸르릉 친구들 이야기 파이 시리즈
이인호 지음, 노예지 그림 / 샘터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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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빨리 따뜻해지고 오래오래 식지 않는 <고양이 난로>

 - 이인호 작가의 책을 읽는 시간은 우리들의 힐링타임’ -

 

 

세상에서 제일 빨리 따뜻해지고 오래오래 식지 않는 난로는?

정답은 고양이 난로입니다.


 

소복소복 눈이 내린 날입니다. 노는 게 제일 좋은 포니는 혼자 밖에 나갔습니다.

그러다 작은 공원의 큰 나무 위에 앉아 있는 아기 고양이를 보게 됩니다. 무슨 사연이 있어 이 추운 날 밖에 있는 걸까요? 아기 고양이에게 말을 걸어 보지만 시큰둥한 반응에 화가 납니다.

친구들도, 저 아기 고양이도 모두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왜 다들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 걸까? 내가 얘기할 때 보이는 시큰둥한 표정에 내 마음은 상처받는다고!’

공감이 갑니다. 좋은 사람들과 지내며 사랑과 존중을 받아도 가끔 이런 기분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집에 들어온 포니는 콧물을 훌쩍입니다. 무심한 듯 보이는 친구들은 포니가 걱정되어 담요와 휴지, 따뜻한 차를 건넵니다. 호들갑스럽지 않아도 마음이 따뜻한 고양이 친구들의 마음 씀씀이에 포니의 마음도 다시 넉넉해집니다.

 

아기 고양이가 걱정된 포니는 다락방으로 올라가 지켜보기로 합니다. 다락방의 먼지 냄새는 포니의 추억을 깨웁니다. 포니는 상자에 쌓여있는 물건들 사이에서 망원경을 찾아냅니다. 망원경을 통해 본 세상은 색다르게 보입니다. 누운 8자나 무한대를 뜻하는 기호를 닮았습니다. 프레임에 가려진 사각지대를 보기 위해서는 시선을 조금 움직이면 됩니다.


사진: 본인 캡처 (무료 이미지 사이트 kr.freepik.com)

 

저런, 고집쟁이 아기 고양이는 아직도 흔들리는 나뭇가지 위에 앉아있습니다. 포니는 무니, 코코, 니니에게 아기 고양이를 구하러 가자는 제안을 합니다. ‘갸르릉 친구들첫 권 <덥수룩 고양이>에서 나나의 털을 섞어 짠 털목도리를 두른 고양이들은 서둘러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고양이 발자국을 눈 위에 꾹꾹 찍으면서요. 현실에서 네 마리 고양이들이 엉덩이를 씰룩이며 눈길을 걷는 모습을 본다면 카메라를 켜고 뒤따라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춥고 쓸쓸한 집에서 아빠를 기다리기 무서웠던 아기 고양이는 밖에 나왔던 것입니다. 아기 고양이가 걱정된 포니와 친구들은 나뭇가지보다 더 높은 다락방에 가서 아빠가 오는 지 지켜보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아기 고양이는 도리도리.

고집을 피우는 아기 고양이의 모습이 새침하면서도 얄밉지 않은 건 왜일까요? 그건 아빠를 기다리는 아기 고양이의 마음이 이해되기 때문일 겁니다. 몸이 꽁꽁 얼 때까지 나뭇가지에 앉아 아빠를 기다리던 아기 고양이의 마음을 가늠해 봅니다.

<고양이 난로>의 독자가 어린이거나 어른이거나, 아빠를 기다리던 순간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저 역시 잠깐 외출했던 부모님이 돌아오면 몇 날 며칠 떨어져 있었던 것처럼 부모님의 허리춤에 매달려 폴짝대던 어린 날의 제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그리움의 크기는 떨어져 있던 시간과는 별개의 것인가 봅니다.

 

아기 고양이를 안고 집으로 달려온 고양이 친구들은 서로의 몸을 붙여 고양이 난로를 만듭니다. 재치 덕분에 고장난 난로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먼저 털이 풍성한 고양이가 아기 고양이를 안고 눕습니다. 그 옆에 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들면, 둥근 대형이 만들어집니다. 그 모습이 흡사 색깔 고운 목도리처럼 보입니다. 하나보다 둘, 둘보다 셋, 셋보다 넷이 피우는 고양이 난로의 온도는 더 따뜻합니다. 아기 고양이를 둘러싼 채 잠든 친구들은 어느 때보다 곤하게 잠이 들었습니다.

친구들은 어떤 꿈을 꾸는 것일까요? 어쩌면 빨갛게 달아오른 난롯불에 군밤이나 고구마를 구워 먹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홉 살 조카(김아중, 면일초 2학년)에게 <고양이 난로>를 보내주었더니 기특하게 독후감을 써서 보내왔습니다.




<고양이 난로>를 읽은 뒤, 아홉 살 조카가 그린 스티커. 이인호 작가의 책을 읽는 시간은 우리들의 힐링타임

 

 

2007년부터 동화를 쓰기 시작한 이인호 작가는 2017<팔씨름>(샘터)으로 정채봉 문학상을 수상했다. 햇살 가득한 양지에 있다가 음지에 들어선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 손잡고 갈래?’(문학과지성사)를 펴낸 뒤 2017년 국민일보와 인터뷰 당시 이인호 작가는 동화를 쓰기 시작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아이들이 안 아프고 안 슬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일까, 이인호 작가의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덜 아프고 덜 슬프다. 2020년에 시작한 인스타그램에 나는 이런 문구를 남겼다. ‘2020년은 이인호 작가를 발견한 해이다. 그만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힘든 시기를 겪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2021년 봄이 눈밭을 걸어 우리에게 오고 있다. 고양이 친구들처럼 꽃발자국을 찍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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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단편동화 읽기 2 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단편동화 읽기 2
김미란 외 지음, 김윤경 그림 / 도담소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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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단편동화 읽기 1편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2편이 나오다니!

이전에 비해 책값이 꽤 오른 요즘, 책 한 권 사기도 망설여지는데요, 그래도 저는 책값에는 돈을 아끼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복작복작 두 딸아이를 키우며 터득한 한 가지, "책읽기는 모든 공부의 근원이다."는 생각을 굳혔거든요.

<한국안데르센상>, <샘터상> , <토지문학제 평사리 문학대상>, <미래엔 창작글감상>, <한국아동문학 작가상>, 각종 창작동화제와 신인문학상에서 상을 받은 열 세분 작가님들의 작품을 읽을 수 있습니다. 




먼저 '동화 창작의 씨앗이 싹 트길 바라며' 본 콜라보 책을 냈다는 도담소리의 기획의도에 눈길이 갑니다. 어떤 분야건 성공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여건에 '인내심'과 '지속성'을 꼽는다는 말처럼 한 편의 작품을 쓰기 위해 작가님들이 어떤 고민을 했는지에 대한 <<창작팁>>이 각 작가님들의 프로필과 함께 실렸습니다. 

글감을 찾으면 바로 메모하고 낱말 노트를 만드는 습관부터 일상생활을 세심하게 관찰하려 노력하는 모습까지, 작가님들이 실전에서 사용하는 창작법을 읽으며 고개가 끄덕여지더구요.

모든 작품이 감동적이었지만 이번 작품집에서 특히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은 김진선 작가님의 <바이러스 증명서>와 도건영 작가님의 <아이엠 쪼리>였습니다.

김진선 작가님의 샘터상 작품처럼 통통 튀는 문장력으로 매끄럽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걸 보며 감탄했습니다. 제목 역시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고요.

아이엠 쪼리는 어릴 때 오 할로 저를 키워주셨던 할머니가 생각나서 뭉클했어요. 제목을 어쩜 '아이엠 쪼리'라고 지었을까 궁금했는데 저런 뜻이 있었다니!



제가 사십 줄의 독자라 그런지 너무 하얗지 않고 유광이 없는 속지도 쏙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떤 책은 눈의 피로감을 주거나 쓸데없이 무겁거든요. 단순한 듯 귀엽게 그려진 그림에 찬반이 갈릴 법도 한데 제가 좋아하는 그림 하나 골라봤습니다.



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단편동화 읽기 시리즈가 매년 출간되었으면 좋겠네요.

장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콜라보 형식의 책이 동화든 소설이든 여러 형태로 출간되었으면 합니다. 골라먹는 재미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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