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뇌과학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14
니콜라우스 뉘첼, 위르겐 안드리히 지음, 김완균 옮김, 김종성 감수 / 비룡소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가끔 서점에 가면 청소년을 위한~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을 슬쩍 집어드는 어른들이 있다.  

'내가 볼 건 아니고..그냥 좀 선물할 데가 있어서..흠흠.' 뭐 이런 표정을 지으면서, 뭐 그런 손길로. 누가 지켜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도 그런 어른 중 하나다. 뭐? 어른...이라니? 그래. 낼 모레면 서른이니, 꺅! 나도 이제 어른 축에 낀다. 거부해도 할 수 없다. 이미 어린이와 청소년이, 꼭 어린이와 청소년으로 정확히 보인다.  

안타깝게도 내가 어른이 되고 나서야, 서점에 청소년을 위한 책들이 친절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그때 못 읽은 게 억울해서 '낼모레면 서른'에 이런 책을 집어 드는 건 아니다. 그냥 어른들이 보라고 나온 책이 너무 어려워서 그런다. 청소년을 위한 책들은 어쨌든 어른을 위한 책보단 쉽지 아니한가! 재미있든 어쨌든. 어른이어도 쉬운 책 좀 읽겠다는데, 왜왜왜!

이 책도 쉽다. 뇌과학이 하도 유행이라기에, 나도 궁금해서 몇번 보려고 했지만, '과학'이란 글자가 제목에 붙은 책을 돈 주고 사는 습관을 들인 적이 없다 보니, 영 손이 가지질 않았다. 하물며 "뇌"과학이라니, 절반도 못 읽고 덮으면 돈 아까워서 어떡해? 그래서 청소년을 위한 뇌과학 책이 나왔다기에, 옳다쿠나! 하고 샀다. 책값도 싸고, 표지도 앙증맞다.    

단숨에 읽었다. 아니, 단숨에 읽혔다. 제목이 '흥미진진 뇌과학'이라던지, '뇌과학이 제일 쉬웠어요'라던지, 뭐 이런 형용사가 제목에 하나도 없고, '뇌과학'이라고만 써 놨기에 이거 혹시, 좀 지루한가?라고 한 줌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으나 그렇지 않다. 그냥 술술 읽힌다. 가만 보니 필자 중 한 사람이 저널리스트다, 그럼 그렇지. 기자들이 잘 쓰면 정말 잘 쓴다. 수년간 쉽고 간결하게 쓰는 훈련을 해와서 그런갑다.

재미도 있다. 청소년 책을 볼 때의 장점은 나는 이미 그 시기를 오래전에 지나왔다는 사실이 주는, 어떤 안도감이 있다는 거다. 애절한 사랑이든, 질풍노도의 반항이든, 어쨌든 나랑은 이제 큰 관계는 없음. 다 지나간 얘기임. 그러니 편안한 마음으로, 남 얘기 보듯 보면 된다. 그러니 더 재밌지. 

아니, 꼭 다 남얘기는 아니다. 대체 난 왜 청소년 시절 왜 그랬지?란 질문에 해답을 얻게 되니까. 청소년 책을 읽으면서 지나간 시간을 떠올리는 거, 떠올리면서 키득키득 거리는 거. 나름 재밌다. 

이 책을 다 읽고 그래, 내 잘못이 아니라잖아. 내 뇌의 잘못이라자나. 어쩔 수 없다자나. 뇌가 그렇게 생겨먹은 거래. 뭐 이런 변명을 하는 어른도 있을 것 같다. 똑똑한 청소년들이 이런 생각을 할 리는 없다. 뇌를 이해한다는 게 뇌에 모든 잘못을 떠넘기는 건 아니니까. 기껏 어른이 되어서 청소년 책 슬쩍 사 본 주제에, 책 내용마저 저에게만 유리하게 해석하다니, 이런 쩨쩨한 어른은 되지 말자. 흠흠.    

청소년들이 읽으면 참 좋은 책이다.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몰라...라며 깊은 밤 잠 못 이루고 심야 라디오를 청취하는 청소년이라면. 뭐, 내가 이런 청소년이었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흠흠. 그냥 내가 왜 이러는지 알기만 해도, 약간 유식해지기만 해도 청소년기를 좀 더 잘 보내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거다.

어른들도 읽고 싶으면 읽으시오..라고 말하고 싶다. 대신, 지난날의 자신과 화해는 하되, 읽고 나서 쩨쩨하게 굴지 말기. 이제 와서 쩨쩨해지면 기껏 돈 주고 사서 읽은 보람이 없으니까. 근데 이 책, 쉬우면서 은근 설득력이 강해서, 쩨쩨해지고 싶은 유혹을 참을 수 없다.

간만에,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