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에서 정약용으로
한형조 지음 / 세계사 / 1996년 6월
평점 :
품절


전 초등학교에서 근무합니다. 2000년도에 6학년을 담임하게되면서 이상한 질문을 스스로 생각하게 되었죠. 6학년 1학기 사회교과서는 한권 자체가 전부 우리나라의 역사를 개괄적이고도 산발적으로 소개를 하고 있는데, 내용의 수준이 매우 깊이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김구를 소개하는곳을 보면, 백범일지를 다 읽고 깊은 감동을 받은 제가 읽어보니... 그야말로 김구의 일생을 개략적으로 다 소개를 해두었듭니다. 이 많은 내용을 한바닥의 책에 소개를 해두다니.. 대단하시기도 하시지. 너무나 멋진 것은 가까이 하기 어려운 법이죠. 그러니 자연히 재미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수박겉핥기식으로 소개를 하는것이죠. 학생들이 어찌 재미있다고 하겠습니까... 사람미치게 만드는 책이 바로 사회교과(역사책)이죠.

이 내용을 가르치면서 제기한 질문? 이런 것입니다. 내가 사회교과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데, 도대체 얼마나 알고서 가르치고 있는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부터 역사공부한 과거를 헤아려보았죠. 역시나 초등학교시절, 중학교3년의 교과서, 고등학교 3년의 교과서와 참고서, 대학시절의 1학기강좌, 이게 전부다 였습니다. 그럼 여기서 무엇을 배웠는가? 대학시절에 멋진 교수님을 통해 배운 E.H.Carr의 역사철학, 식민사관 극복을 위한 노력과 실증사학 민족주의 역사학. 여기까지 배우니 학기가 마치더군요. 고등학교시절엔, 대학들어가기 위한 시대와 인물의 암기식공부였죠. 이런 제가 가르치는 역사는 어떤 내용을 가르치고 있겠습니까?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스러워지더군요. 안다는게 고작 왕들의 연대기나 외우고, 역사책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과 주의주장을 뜻도 모르고 외우면서 시험에 나오면 체크하는 수준으로 어떻게 역사를 학생들에게 가르칠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이런저런 역사책을 부지런히 찾아 일년동안 부지런히 읽어나갔죠. 지금도 읽고 있는 중이지만 말입니다.

이런 공부중에 조선시대 후기에 대한 이해가 매우 첨예하게 제기되었습니다. 일본에게 나라를 뺏기는 비극을 어떻게 해결해낼것인가? 패배주의적으로 수용할것인가, 이런 시대일수록 인물들의 삶과 시대의식이 더욱 빛났음을 밝혀낼것인가.. 최근 서울대의 역사학자들과 최완수님의 강의를 통해서 조선시대의 우리문화가 매우 찬란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예전의 생각(조선시대는 당쟁때문에 망했다)과는 다른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되었죠. 눈이 새로 떠지는 느낌!! 개안이었죠. 역사연구에 대한 이해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정치사, 경제사를 바탕으로 문화사를 이해해야하는데, 문화사를 이해하자면 사상사를 알아야한다는 것도 알게되었죠.

조선시대의 사상사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본도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형조 선생님은 언어감각이 매우 탁월하십니다. 제가 읽어본 국내의 학자중엔 최고의 언어감식력과 풍부한 학식이 뒷받침되는 뛰어난 분이시죠. 물론 역사학자는 아니죠. 철학, 동양철학을 전공하는 분이십니다. 이 책은 박사학위논문을 좀더 연구보완하여 출판하신것인데.. 조선시대의 사상적 패러다임인 주자학이 수용되어 발전한후 변전되어야만 하는 이유등을 알기쉽게 소개를 해주고 있습니다. 수많은 책들을 통해 이기론이 무엇인가 소개를 하고 있지만, 이 책만큼 쉽게 소개를 잘 해주는 책은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역사를 좀더 깊이있게 이해하고자 하시는 분들에게 권합니다. 사상을 이해하지 못하면 문화를 이해할 수가 없죠. 사상이 뿌리라면, 문화는 사상을 바탕으로 핀 꽃이라고 하더군요. 전 요즘 우리나라의 과학사에 대해서 뒤적거려 보고 있는데, 역시나 이 책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부산서 알라딘의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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