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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의 우리 나무
박상진 지음 / 눌와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퓨전이 인기라지만, 그 퓨전이 우리 궁궐과 지식의 만남으로 섞일 줄은 몰랐다. 서울 안에 있는 궁궐이 조선이란 한 시대를 상징하는 정도로 그치지 않고 이렇게 다양한 우리 나무와 조화를 이루며 모습을 보존하고 있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하다.
우리 궁궐에 대한 필자의 이해가 없었다면 아무리 좋은 지식이라도 대중적으로 감동을 주며 와닿지는 못했을텐데... 우리 나무인지 외래종인지, 혹은 귀화된 것인지도 모른 채 지나치며 보아 왔던 많은 나무들을 정확한 위치까지 확인하며 찾아볼 수 있어서 이 책은 좋다.
더구나 참나무의 여러 종류와 그 밖에 무수한 변종을 어디서 어떻게 분류해야할 지 몰라 늘 아이들과 지나치면서도 그저 '참나무의 종류란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던 나로서는 잎자루의 특징까지 상세히 적으며 구별법을 알려준 필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아는 만큼 이해의 폭이 생긴다고 했던가. 우리 나무 남의 나무를 따지기에 앞서 나무에 붙여진 이름 하나에 깃든 뜻, 그리고 자연과 조화롭게 살고자 했던 옛분들의 여유로움과 넉넉함을 이 책을 읽는가운데 절로 느낄 수가 있어서 좋다.
한가지 아쉬움이라면 좀더 화보가 컸더라면 하는 거다. 물론 잎사귀부터 줄기, 꽃이 피는 나무의 경우는 꽃 사진을 열매가 달리는 나무의 경우는 열매 사진까지 친절하게 곁들여 줬지만 좀더 큰 화면으로 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늘 외국의 잘 만들어진 책을 보며 부러워만 했는데 드디어 우리에게도 이런 책이 나왔구나 하는 반가움이 훨씬 크지만 그래도 좀더 화보가 컸더라면 정말 손색 없을 책이었을거란 생각또한 든다.
이 책을 나는 동화 읽듯이 읽었다. 때론 옛이야기같은 나무이야기에 매료되기도 하고 우리 역사의 아픔을 느끼기도 하면서 푹 빠져서 읽었다. 그 까닭은 전문가의 손을 빌려 쓴 글답게 사실에 바탕을 두면서도 위트있는 글솜씨로 써 나간 때문이 아닐까 한다.
가을이라 산에는 어느덧 단풍이 곱게 물들기 시작했다. 좀 더 일찍 이 책이 나왔더라면 새순에서 시작하여 예쁜 꽃 그리고 열매까지 그 고운 모습을 열심히 쫓으며 자연과의 교감을 시도할 수도 있었을텐데. 이 또한 이 책에 불만이라면 불만이다. 어른 특히 부모가 보면서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책으로 꼭 알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