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으로 하늘가리기
박연 지음 / 대교출판 / 1995년 7월
평점 :
절판


첫째 이야기 '생명'은 커다란 감동이었다. 매일매일 아무 생각 없이 먹었던 음식들이 나도 모르게 버리고 있던 음식들이 하나의 '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 쌀 한 톨,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나의 목숨을 이어주기 위해 기꺼이 죽었다는 사실. 나도 그림 속의 아이처럼 딸꾹질을 멈출 수 없었다. '사람이 목숨을 경시하면 내 형제를 미워하는 맘도 생기고 내 이웃을 멸시하게 되고, 급기야는 전쟁도 벌어지는 법이란다. 늘 겸손한 마음으로 음식을 대하고 소중히 한다면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단다' 라는 말은 마음속에 간직하고 내 아이에게 꼭 들려줘야 겠다.

'보리'라는 이름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씩씩하고 관찰력이 뛰어난 보리. 엉뚱하고 귀여운 은경이, 성두와 성수 형제 등. 이 모든 이야기는 내가 아련하게 기억하고 있는 나의 친구들의 이야기였다.

만화라는 형식을 빌려 이야기를 풀어 가는 박연의 솜씨는 탁월하다. 아이의 모습만 봐도 은경이, 보리, 성두가 누군지 금방 알아낼 수 있도록 캐릭터들이 탁월하다. 가령 성두의 밤톨 머리와 치켜 올라간 눈썹은 이 아이의 성격을 잘 알려준다. 아이들의 눈은 어른들의 눈과 다르다. 작가는 아이들의 맑은 눈을 잘 표현했다. 눈을 보고 있으면 이 아이가 장난을 치고 싶어하는지, 걱정을 하는지, 꿈을 꾸는지, 거짓말을 하는지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림과 글이 너무나 잘 어루러진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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