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지 못했던 우리선수 - 뿌리를 잊지 않는 재일 축구선수들의 역경과 희망의 역사
신무광 지음 / 왓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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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대세가 연일 화제다. 
 

사실 월드컵이 있기 전까지 정대세는 우리나라에서 크게 주목을 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축구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정대세를 다시 보게 된 것은 2010 남아공 월드컵 브라질과의 경기 전 정대세가 보였던 눈물 때문이었다. 정대세의 눈물에 대해 많은 추측과 설들이 넘쳐나지만 정대세는 원래 눈물이 많은 사나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정대세의 강인한 눈빛과 표정 때문에 눈물이 많을 것이라고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는 감수성이 풍부해 드라마를 보면서도 잘 울고 축구 경기 전에 북한의 국가가 나오면 거의 매번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물론 그 눈물이 감수성 때문이라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정대세는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북한의 축구 국가대표 선수다. 정대세의 아버지는 한국 국적의 재일 2세이며, 어머니는 조선 국적의 재일2세다. 이 원칙에 따르면 정대세는 아버지의 국적을 그대로 받아 한국국적이 된다. 
 

그는 앞날이 보장되는 길을 앞에 두고도 편한 미래보다는 진정한 가슴의 소리를 따른다. 
 

정대세도 북한에서 축구를 하는 것보다는 한국 쪽에서 축구를 하는 편이 자신에게 여러 가지로 편하고 유리한 길이라는 점을 모를 리 없었다. 북한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지원은 그야말로 열악한 수준이어서 정대세를 비롯한 선수들은 유니폼을 직접 빨아 입어야 했으며 한국과의 경기가 있었던 때, 한국의 라커룸 앞에 간식과 비상약품이 수북한 것을 보고, 북한대표팀의 라커룸 앞에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빈 것이 불만스러웠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안영학은 정대세와 더불어 가장 실력이 출중한 재일 축구선수이며 수원삼성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곱상한 외모로 ‘북한의 안정환’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안영학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가 상당히 차분하고 감성적이면서도 냉철한 분석력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한국인들에 대해 정이 깊고 융통성이 있고 좋은 점이 많다고 했으며 규칙보다 상황, 원칙보다 감정을 존중하는 것이 한국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짧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축구에 야망을 품기보다 그저 축구가 좋았던 안영학이지만 부모님의 짐을 덜어드리기 위해 고교졸업 후에 취업을 하기로 혼자 마음먹는다. 그러다 명절을 쇠기 위해 모인 친척들이 축구를 계속 하고 싶은 영학의 진심을 눈치 채고 묻자 갑자기 눈물만 뚝뚝 흘렸다고 한다.

축구에 거의 문외한인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두 선수들의 고민과 방황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누구보다 눈물을 삼킬 일이 많았을 두 선수들에게 마음으로나마 따뜻한 악수라도 건네고 싶어졌다.

이 책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정대세와 안영학 그리고 량용기, 이한재를 비롯한 선수들의 눈물겨운 정체성 고민과 축구에 대한 열정,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자신과 벌였던 싸움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또한 축구 자체에 관심이 많은 축구팬들에게는 재일 축구의 역사를 제대로 조망할 수 있는 훌륭한 가이드북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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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사나이
에마뉘엘 보브 지음, 최정은 옮김 / 호루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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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뒤돌아보면 그곳에 친구가 있기를

에마뉘엘 보브 지음, 최정은 옮김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사나이 내 친구》(호루스, 2007)

우리는 때때로 경험하게 된다. 누군가가 우리를 위로해주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깊은 슬픔이나 외로움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감하여 아픈 마음이 치유되기도 하는 것을. 상처받은 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더 많이 아픈 사람, 더 상처 받은 사람을 보며 위안을 얻지 않았던가.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사나이 내 친구》의 저자 에마뉘엘 보브는 국내에는 아직 그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로 자신도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누구보다 밑바닥 인생의 소소하고 남루한 일상에 주목했다. 이 작품을 발표했을 당시 유명한 평론가 장 보토르는 ‘이 소설은 우리가 항상 깨닫고 있지 못하거나 혹은 모르는 체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우리를 정복하고야 마는 우리 삶의 모든 고통에 대해 적고 있다.’라고 평했다.

쓸쓸한 사나이 빅토르 바통, 그는 혼자였다. 그에게는 가족도 친구도 직장도 하다못해 눈인사를 나눌 이웃조차 없었다. 그는 오로지 외로움과 벗하며 상이군인연금으로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간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예의바르지만 그에게 진심을 갖고 대해주는 사람은 없다. 설령 누군가가 먼저 다가와도 빅토르에게는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내는 능력이 없다. 사랑을 받아 본 사람이 제대로 주는 법도 안다고 하지 않던가.

‘고독이 나를 짓누른다. 친구가 그립다. 진실한 친구가…….’

그는 진심으로 친구를 원했다. 그저 함께 저녁을 먹고, 동네를 산책할 친구. 빅토르는 사소한 사람들의 친절에 눈물겹게 고마워하고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사람들에게는 가진 모든 것을 나누어 주겠다고 혼자 다짐하기도 한다. 가장 먼저 친구가 될 것 같은 ‘비야르’를 만났을 때 빅토르는 처음엔 담배를 그 다음엔 돈을 그리고는 모든 것을 나누고자 했다.

빅토르는 비야르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자, 오히려 친구를 기쁘게 해줄 기회에 설레고 돈을 빌려주는 그 순간 생애 최대의 존재감을 맛보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을 좀 더 길게 누리기 위해 시간을 끄는 모습은 자못 슬프기까지다.

‘나의 연기가 시작되었다. 비야르와 니나는 내가 언제쯤이나 지갑을 꺼낼까 애타게 기다리며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렇게까지 커다란 존재감을 맛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결국 비야르의 목적은 돈뿐이었으며 자신과 친구가 될 생각이 없음을 깨닫고 비참한 기분에 비야르를 멀리하게 된다.

그에게 온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또 한 번의 기회, 한 기업가가 가난한 빅토르를 가엽게 여겨 일자리를 얻어준다. 그러나 빅토르는 엉뚱하게도 기업가의 딸에게 한순간 연정을 품어 오해를 사고 그 소중한 기회마저 놓치게 된다.

또다시 혼자가 된 빅토르는 살던 아파트마저 잃게 된다.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는 이웃의 노동자들에게 미움을 사 결국 쫓겨나게 된다. 아파트를 구하지 못해 한 호텔방에 머물며 그는 타의에 의한 고독에 대해 생각하며 또다시 깊은 고독과 외로움을 느낀다.

이 소설이 당신에게 치유의 경험을 안겨줄 지 아니면 우리가 살아가는 힘든 현실을 더 선명하고 처절하게 보여줄 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작가는 어느 문학상 시상식에서 ‘문학을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문학적인 자세를 가져서는 안 된다. 문학은 삶의 힘을 통해 이룩되기 때문이다. 문학에 삶을 투영시킬 때 삶은 언제든지 문학이 될 수 있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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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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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회사생활도 만만치가 않고 별다르게 기쁜일이나 웃을만한 일도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 별탈없이 지내는게 좋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정말 오랜만에 나온 황석영의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첫페이지는 좀 지루하다 싶었습니다. 아 이 책 잘 못 고른 걸까..라는 생각도 살짝 들고..그러나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길수록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나의 생활이 얼마나 행복한지 얼마나 변화가능하고 살아있는 생활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족들을 모두 다 잃고 영국까지 가게 된 바리가 주위사람들의 도움과 따뜻함으로 영어학원을 다니게 되고  일도 하게 되었을때...지하철에서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다행이다"라는 말이 입밖으로 튀어 나왔습니다. 현재의 삶을 정말 되돌아 보게 되었고 그동안 너무 쉽게 "힘들다, 지겹다 짜증난다"이런 말을 내뱉었던건 아닌지 ...반성하게도 되었습니다. 바리가 그 길고 긴 힘든 시간들 속에서도..기다리고 견뎌내고 그리고 이겨내고 그러며서도 더 약한 사람들을 위해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삶을 다시 한번 살아보고 싶어진다는 생각이 드시는 분들...이책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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