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친구 -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사나이
에마뉘엘 보브 지음, 최정은 옮김 / 호루스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문득 뒤돌아보면 그곳에 친구가 있기를
에마뉘엘 보브 지음, 최정은 옮김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사나이 내 친구》(호루스, 2007)
우리는 때때로 경험하게 된다. 누군가가 우리를 위로해주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깊은 슬픔이나 외로움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감하여 아픈 마음이 치유되기도 하는 것을. 상처받은 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더 많이 아픈 사람, 더 상처 받은 사람을 보며 위안을 얻지 않았던가.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사나이 내 친구》의 저자 에마뉘엘 보브는 국내에는 아직 그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로 자신도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누구보다 밑바닥 인생의 소소하고 남루한 일상에 주목했다. 이 작품을 발표했을 당시 유명한 평론가 장 보토르는 ‘이 소설은 우리가 항상 깨닫고 있지 못하거나 혹은 모르는 체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우리를 정복하고야 마는 우리 삶의 모든 고통에 대해 적고 있다.’라고 평했다.
쓸쓸한 사나이 빅토르 바통, 그는 혼자였다. 그에게는 가족도 친구도 직장도 하다못해 눈인사를 나눌 이웃조차 없었다. 그는 오로지 외로움과 벗하며 상이군인연금으로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간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예의바르지만 그에게 진심을 갖고 대해주는 사람은 없다. 설령 누군가가 먼저 다가와도 빅토르에게는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내는 능력이 없다. 사랑을 받아 본 사람이 제대로 주는 법도 안다고 하지 않던가.
‘고독이 나를 짓누른다. 친구가 그립다. 진실한 친구가…….’
그는 진심으로 친구를 원했다. 그저 함께 저녁을 먹고, 동네를 산책할 친구. 빅토르는 사소한 사람들의 친절에 눈물겹게 고마워하고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사람들에게는 가진 모든 것을 나누어 주겠다고 혼자 다짐하기도 한다. 가장 먼저 친구가 될 것 같은 ‘비야르’를 만났을 때 빅토르는 처음엔 담배를 그 다음엔 돈을 그리고는 모든 것을 나누고자 했다.
빅토르는 비야르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자, 오히려 친구를 기쁘게 해줄 기회에 설레고 돈을 빌려주는 그 순간 생애 최대의 존재감을 맛보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을 좀 더 길게 누리기 위해 시간을 끄는 모습은 자못 슬프기까지다.
‘나의 연기가 시작되었다. 비야르와 니나는 내가 언제쯤이나 지갑을 꺼낼까 애타게 기다리며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렇게까지 커다란 존재감을 맛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결국 비야르의 목적은 돈뿐이었으며 자신과 친구가 될 생각이 없음을 깨닫고 비참한 기분에 비야르를 멀리하게 된다.
그에게 온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또 한 번의 기회, 한 기업가가 가난한 빅토르를 가엽게 여겨 일자리를 얻어준다. 그러나 빅토르는 엉뚱하게도 기업가의 딸에게 한순간 연정을 품어 오해를 사고 그 소중한 기회마저 놓치게 된다.
또다시 혼자가 된 빅토르는 살던 아파트마저 잃게 된다.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는 이웃의 노동자들에게 미움을 사 결국 쫓겨나게 된다. 아파트를 구하지 못해 한 호텔방에 머물며 그는 타의에 의한 고독에 대해 생각하며 또다시 깊은 고독과 외로움을 느낀다.
이 소설이 당신에게 치유의 경험을 안겨줄 지 아니면 우리가 살아가는 힘든 현실을 더 선명하고 처절하게 보여줄 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작가는 어느 문학상 시상식에서 ‘문학을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문학적인 자세를 가져서는 안 된다. 문학은 삶의 힘을 통해 이룩되기 때문이다. 문학에 삶을 투영시킬 때 삶은 언제든지 문학이 될 수 있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