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떻게 살래 - 인공지능에 그리는 인간의 무늬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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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

은퇴를 정보 시대의 용어로 바꾸면 뭐가 될까. '플러그 오프'다 그러고 보니 늘 보던 구글 안드로이드 로고가 다른 모양으로 읽힌다. 초록색 인조인간 로봇의 다리가 영락없이 콘센트에 꽂는 플러그의 두 다리 아닌가. 아차, 은퇴를 할 작정이었으면 외계와 접속되는 그 코드부터 뽑았어야 옳았다. 스마트폰부터 버렸어야 했다.

P.19

'접촉'이 아니라 '접속'부터 끊었어야 했다. 플러그를 뽑았어야 했다. 플러그 오프, 그게 바로 현대인의 은둔이 아니었는가. 그런데도 왜 그 위험한 스마트폰을 호주머니 속에 그대로 두었을까.


얼마 전 고인이 되신 이어령 선생님에 대해 알게 된 건, 2년여에 걸쳐 제작된 이어령의 내가 없는 세상이라는 다큐가 방영된다는 기사를 통해서였다. 그 기사를 접하기 전에, 우연한 기회로 인문학에 대한 10분 정도의 짧은 강의를 몇 년에 걸쳐 하고 계셨던 콘텐츠를 조금씩 듣고 있을 때였다. 그때는 내가 이렇게나 대단하신 분이라는 걸 몰랐을 때라, 그 다큐가 방영된다는 기사를 통해 고인이 되셨다는 소식에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그 짧은 인문학 강의가 내 인문학적 소양을 넓혀주고 있었음에 늘 감사한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단하신 분을 오늘에서야 알게 된 게 너무나도 후회스러웠고, 고인 이어령 선생님의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과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진심에 너무나 눈물 나게 감사했다. 그래서 이 도서가 마치 선생님께 직접 선물을 받은 것 마냥 너무나 기뻤고, 그러한 들뜬 마음으로 선생님의 말씀을 도서를 통해 읽게 되었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첫 페이지부터 마음이 흔들렸다. 아라비아에는 아라비아의 밤이 있고 천 일 동안의 이야기를 왕에게 들려줘야 하는 셰에라자드의 이야기에서, 왜 이어령 선생님이 이야기의 구분을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넘어가는 이야기인 꼬부랑으로 소구분을 하게 되었는지를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면서, 마음이 흔들렸다. 셰에라자드의 이야기가 끊기는 날에 그의 목숨이 끊기는 것처럼 최선을 다해서 왕에게 이야기를 전했으리라. 이어령 선생님도 같은 맥락으로 꼬부랑 이야기가 끊기면, 우리나라에 발전과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신 게 아닐까?! 하는 .. 그런 마음이 들어서,,. 마음이 아팠다. 늘 나라 걱정하던 분이라 들었으니.. 그래서, 그러한 진실하고도 정성스러운 마음에 보답하는 것처럼, 다른 책들처럼 빠르게 읽어나가 어느 순간 머릿속, 마음속에서 소진되어 버리는 것처럼은 싫어서, 선생님이 전해주시는 하나의 꼬부랑길을,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꼬부랑길을 천천히 걸어나가는 꼬부랑 할머니처럼, 그렇게 천천히, 편안한 마음으로 꼬부랑 꼬부랑 읽어 나가기로 했다.

선생님은 꼬부랑 고개를 열두 고개로 정리하셨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뿐 아니라 모든 나라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4차 산업혁명에 포커스를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가셨다. 재밌는 것은, 선생님의 이야기가 어렵지 않고 재미있다는 점이다. 마치 내 가족과 지인이 "있잖아,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 세상에, 그 기사 봤어?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데! 이게 무슨 소리야@.@!!?' 이렇게 나누는 대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꼬부랑 꼬부랑~ 천천히 읽어 나가려 했던 내 예상과는 달리... 생각보다 너무나 빠르게 읽히는 탓에.. 목적을 바꿨다. 천천히 읽되, 선생님의 다른 유작들과 강의, 다큐들을 파헤치자고!!!

이 책은 이어령 선생님의 유작 중 하나이다. 그래서 오늘의 이 서평에는 책에 대한 내용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꼬부랑 고갯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처럼, 그중에 한 고개를 넘었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니까 말이다. 그리고 또 다른 생각은 꼬부랑 열두 고개를 읽고 내 것으로 만들고 마음에 담고 싶은 이 일을 빠르게 소비하고 싶지 않았다. 오롯이 온 마음에 새기고 싶은, 마음에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읽고 싶은 선생님의 말씀이기에. 그런데... 읽는 내내 느낀 건... 책이 어려울 거라 생각했던 예상을 비켜갔고, 게다가 친근한 할아버지가 꼬부랑 이야기를 전해주시는 느낌... 그리고 꼬부랑 열두 가지의 이야기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작용을 하고 있다. 하나의 꼬부랑 이야기에서 나온 주제나 소주제들이 다른 꼬부랑 이야기의 소주제나 주제가 되는 일이 많기에 따로 표시된 글의 위치를 찾아가 읽으면, 그에 대한 더 깊은 지식을 얻을 수 있게 해 두었다.

음.. 읽다 보면 이 책이 본론으로 슬슬 들어가는 느낌이 드는데, 그때마다 책 제목이 내 가슴을 찌른다. '너 어떻게 살래?!'

다 읽고 나면, 나도 내 선에서의 통찰을 가질 수 있을까! 나도 이 나라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걱정만 하고 불만만 가득한 채로 이 세상을 살아가기는 싫다. 언제나 깨어있고, 이 나라를 위해 작은 손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 그리하여 독서를 한다. 급변하는 세상의 급물살에 휘둘리기 싫다, 모두가 그 급물살을 타고 함께 가고 싶다. 진짜 너 어떻게 살래?처럼, 나 어떻게 살래??에 대해서 방향을 제시해 준 느낌이다. 감사합니다.

한 마디 -, 이 한 권의 책이 당신의 생각과 지식에 깊이를 더하고 통찰까지 줄 건데,.. '당신, 어떻게, 읽을래?'


#인문 #너어떻게살래 #이어령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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