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 - 인생의 계단을 오를 때마다 힘이 되어 준 열 명의 그녀들
이화경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의 겉모양새가 사실은 우리의 존재 방식이고, “가면이 곧 얼굴이다라고 밝힌 수전 손택의 글 한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이화경 소설가는 열 명의 여류작가들의 삶을 그녀들의 작품과 연결하여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는 문체로 우리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어렸을 때 위인전을 읽으며 꿈을 키워나가듯이 작가도 글을 쓰면서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열 명의 작가들에게 위안을 받으며 외롭지 않게 이 책을 펴낸 것이다.

 

누구나 한번 쯤 신데렐라가 되고픈 여성들의 로망 이야기인 오만과 편견을 작가는 제인 오스틴의 삶과 결부하여 글을 써 내려간다. 제인 오스틴은 단 하나의 연인을 죽을 때까지 가슴에 묻은 채 독신으로 살았고, 고독과 상실감을 소설들을 통해 대리 만족을 했다.

작가는 제인 오스틴을 이렇게 표현한다. ‘천재적인 글쓰기 재능이 있었지만 여자였기에 비통한 삶을 견뎌야 했고, 똑똑하지만 가난했기에 더부살이의 처지를 묵묵히 감수해야 했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려 애쓰지만 깊은 슬픔의 아릿한 맛이, 애써 쾌활한 척하지만 신랄한 풍자의 맛이 느껴진다.’고 그녀를 위로한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드라마나 영화, 소설들을 보면 사랑을 위해 자신을 버리고, 죽음도 불사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마치 자신의 몸이 타들어가는 것도 모른 채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같이. 사랑만큼 생을 펄펄 끓게 만들고, 신경 가닥을 찌릿찌릿하게 만들고, 자신을 온전히 버리게 만드는 것이 또 있을까.

이렇게 목숨을 거는 사랑이 현실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자신의 삶은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철저히 자유로운 주인으로 살아라.’,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남의 입방아에 상처 받는 시간에 사랑하는 이들과의 시간을 즐겨라.’라고 이야기 하는 조르주 상드.

열여덟에 결혼하여 스물한 살에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여 마을에서 일대 파란을 몰고 왔으며, 첫사랑의 아픔 후에 아들의 가정교사인 열아홉 살 청년 쥘 상도에게 반하여 남편을 떠나 파리로 도망가 궁핍한 생활을 겪었지만, 농염한 사랑에 눈을 떠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난 어린 애인으로 인해 받은 상심을 글로써 달랜 이 여류작가는 이 외에도 술과 아편과 문학을 사랑했던 불세출의 작가 알프레도 드 뮈세, 창백한 낯빛, 여윈 어깨와 벨벳같이 부드럽고 가는 손가락을 가진 폐결핵 환자 프레데릭 쇼팽까지 온 몸을 다해 사랑하며 철저하게 헌신했다.

조르주 상드는 연인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곡괭이로 땅을 파는 도로 인부처럼 글을 써댔고, 글이 끝나면 벨벳 같은 손가락을 가진 어린 연인의 애무를 받으며 지친 심신을 달랬다. 그리고 사랑으로 활력을 받은 밤이면 펜과 잉크와 종이와 설탕물과 담배를 들고 작업실에 틀어박혀 노예처럼 글을 썼으며, 손가락에 류머티즘이 생기고 어깨가 부서질 정도로 글을 쓴 그녀는 생의 마지막 날까지 모두를 향해 사랑한다고 속삭였다고 한다.

 

이 외에도 안정보다는 변화와 짜릿함을 추구하는 실비아 플라스, 불행은 실패가 아니라며 세상이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도발적으로 살았던 프랑수아즈 사강, 여성이 픽션을 쓰고자 한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버지니아 울프, 마흔일곱에 생을 마감한 잉게보르크 바흐만, 세계를 변화시키는 데 인생을 건 로자 룩셈부르크, 우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수전 손택,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을 통해 악의 평범성에 대해 논했던 한나 아렌트, 소설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동일시하고 참여하라고 독려한 시몬 드 보부아르를 통해 작가는 인생의 계단을 오르는 법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2014. 10. 14(), muse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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