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를 위하여 - '아웃사이더' 편집진 산문모음
김규항 김정란 진중권 홍세화 지음 / 아웃사이더 / 1999년 11월
평점 :
절판


아웃사이더를 기다리며 - 각 편집진의 산문에 대한 감상.

1. 김규항씨의 글은 언제나 감정과잉, 그러나...

속물 지식인에 대한 분노, 얼치기 진보주의자(특히 박노해)에 대한 적의, 그리고 지식인양하는 자신에 대한 냉소까지 겹쳐 그의 글은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 감정의 한 귀퉁이에 숨어있는 것은 이미 자본주의에, 자본주의적 욕망에, 자본주의적 상품화에 동화되어 버린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다.

언제나 감정과잉인 그의 글은 즐거운 독서경험을 제공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불편함을 준다. 그러나 그 불편함 속에 진리가 놓여있기에 그의 글은 다시 내 눈을 잡아끈다. 주변부에 있으면서 또, 주변성으로 주류를 바꾸기를 꿈꾸기에 기꺼이 그의 감정과잉을 감수하고 싶다.

2. 그의 글은 언제나 정색이다...

김정란씨의 글은 언제나 진지하다. 그의 글은 정색을 하고 있다. 가벼운 농담을 던지기도 어려운, 진지한 얼굴로 우리를 응시한다. '인물과사상'에서 처음 만난 그는 자본주의와 상업주의에 매몰되는 문학을 비판했고 거대언론의 힘에 야합해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일견 '순진해 보이는' 몇몇 작가들을 성토했다. 그 성토는 힘이 있었고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이번 글들은 사회속에 난무하는 이미지들 사이에서 숨겨진 의미를 찾아 주는 글들이 가장 돋보였다. 이미지, 언어, 삶... 그의 글은 무겁고 장중하다. 가벼운 주제를 다룰 때도 있지만 그 가벼움은 소재에 속한 것이지 주제에 속한 것이 아니다. 그는 탐험하는 사람이다. 문학은 그의 지도이자 나침반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그 탐험의 동참자일지도 모른다. 다만 깨닫고 있지 못할 뿐...

3.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그의 발랄함은 때때로 독자에게 독서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쾌를 느끼게 한다. 너무나 즐겁고 유쾌해서 나는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를 끝까지 읽고, 읽자마자 다시 한번 읽었다. 읽을 때마다 유쾌했고 즐거웠다.

물론 그의 글쓰기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다. 내 주위의 어떤 분은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는 글쓰기라고 비판하시곤 한다. 하지만 특유의 발랄함으로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아대는' 사람들이 과연 예의차림을 받을 만한 사람인가. 알량한 지식으로, 부정한 권력으로 타인의 권리를 박탈하는 사람들에게도 예의라는 것은 똑같은 얼굴 똑같은 표정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일까.

그는 예의 대신 풍자를, 그것도 미학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질 만큼 멋진 풍자를 그들에게 보내준다.

4. 우리나라보다 딱 100년 앞선 나라, 프랑스...

그의 글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프랑스가 얼마나 멋진 나라인가를 알았다. 에펠탑에서도, 프랑스제 화장품이나 패션제품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프랑스의 매력을 그의 글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자유, 평등, 박애의 이름에 걸맞는 시민의식을, 똘레랑스의 향기를.

우리 지식인들은 프랑스에서 도대에 무얼 가지고 오는 것일까? 그들은 우리 사회현실에 무감각하듯이 프랑스사회에 대해서도 무감각한 모양이다. 그래서 택시운전사를 하면서 느낀 프랑스를 그들은 느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저 자신들의 사적인 이익추구에 혈안이 되어서 자기 이외의 것은 볼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는 탓인가. 그들을 지식인으로 대접하고 살아야 하는 이 땅의 백성들만 불쌍할 뿐이다.

5. 그들의 책이 기다려 진다.

<아웃사이더를 위하여>는 그저 맛배기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함께 모여 화학작용이 생기기 이전, 각각의 원소들의 개성을 드러내는 글들. 이 각각의 개성이 함께 모여 반응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니트로글리세린이 만들어질까? 아니면 철학자의 돌이 생길까?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리고 나는 안다. 이들은 결코 우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임을. 나는 그 책의 최초의 정기구독자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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