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 : 삶의 의미
박상우 지음 / 스토리코스모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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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코미디 중에서 <맨 인 블랙>이 있어요. 1탄이 1997년 개봉했으니 25년 전에 개봉한 영화네요. 영화 자체는 그럭저럭 볼만한 SF액션 코미디였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어요. 거대한 외계인이 구슬 크기에 불과한 우리 우주로 구슬치기하는 장면으로 막을 내립니다.


 

우리 관점에서는 무한한 크기의 우주가 저 외계인 관점에서는 구슬인 거죠. 이 비슷한 이야기를 칼 세이건이 한 적이 있어요. <코스모스>에서 나온 이야기로 생각하는데 입자를 나누고 나누면 쿼크(Quark)가 나타나는데, 이 쿼크 단위 아래에는 뭐가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고 칼 세이건은 엉뚱한 상상이지만 가장 작은 입자 속으로 들어가면 다시 무한한 하나의 우주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는 이야기로 한 장을 끝냈던 것 같아요. 무한한 우주 속에 무한히 작은 입자인 쿼크, 그리고 그 쿼크 속에 또 하나의 무한한 우주, 거대한 순환고리 같죠? 이 상상을 머리로 그려 보는데 왠지 몸에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납니다. 오톨도톨.

 

이번에 박상우작가의 신작 에세이 <검색어 : 삶의 의미> 읽는데 <맨 인 블랙>의 저 장면과 칼 세이건의 상상이 떠오르면서 다시 소름이 돋는 겁니다. 가벼운 필치로 썼지만 거대한 우주적 상상력이 담겨 있는 에세이로 읽혔거든요. 무한한 평행우주 속에 각자의 내가 따로 살아간다면 우리는 그 각자는 무엇일까? 우리는 지구라는 무대에서 각자의 인생이라는 역할극을 수행하는 것은 아닐까? 그 역할의 의미는 이번 생에서 보다 큰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몹시도 무거운 질문을 깃털처럼 가볍게 우리 마음 속으로 날아들게 하는 구절들로 가득했거든요. 이 거대한 우주에서 먼지보다 작은 우리의 삶, 그 삶을 사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각자의 이야기 속에서 찾아야 하는 의미 같아요. 박상우작가의 이 에세이는 우리가 어떻게 우리 삶에서 각자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가이드같습니다(이렇게 이야기하니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가 떠오르네요).

 

이 에세이는 또 끊임없는 독서, 탐구, 그리고 창작을 권합니다. 줄여서 그것을 공부라고 한다면 그 공부는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속물 교양을 쌓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우리 인간은 자신의 삶의 작가입니다. 미완의 삶을 완성하기 위한 고뇌는 결국 의미 탐구로 나아갈 수밖에 없고 그 의미탐구의 일환이 독서와 창작이라는 말이죠.

 

누구에게나 인생은 미완의 작품이고 인간은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 고뇌하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위 한마디에 삶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작가님의 이 말에서 삶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느꼈습니다. 삶을 사랑한다면 삶에 대한 진지하게 공부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스스로 의미를 찾기 위한 공부라면 아무리 해도 지치지 않을 겁니다. 자신의 삶을 파고들수록 더 사랑하게 될 테니까요.

 

칼 세이건의 어록 중에는 이런 것이 있어요.

작은 생명체로서 우리는 오직 사랑을 통해서만 우주의 광대함을 견딜 수 있다.”

칼 세이건이 말하는 사랑은 남녀의 로맨스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사랑을 베이스로 해서 보편적인 인류애로 나아가는 사랑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과학자와 문학가가 같은 지점에서 조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광대한 우주,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의미, 그것은 사랑이라는 거죠.

 

모처럼 좋은 에세이를 읽었습니다. 요즘은 경박단소한 글들이 주로 수필이라고 팔리는 거 같아요. 그러나 한 번쯤 다른 관점에서 우리와 우주를 돌아보게 만드는 글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 일독을 권합니다.

구글에 삶의 의미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600만개가 넘는 검색자료가 뜬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어떤 책을 읽다가 알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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