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야기는 충분히 알아들었어.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딱하게 되었다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형 문제가 너하고 무슨 관계지? 그런 건 밴드하고 아무 상관이 없잖아.”
“말은 고맙지만 동정 받고 싶진 않아.”
준이 회사에 갔다. 나는 저녁때부터 준의 집에 가서 기다렸다. 그가 좋아하는 미트소스 스파게티를 만들었지만 끝까지 맛있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셀러리와 스모크치즈를 넣은 샐러드는 사분의 일쯤 접시에 남겼다. 준이 이걸 남긴 적은 한 번도 없다.
하느님, 하느님. 무서운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주세요. 우리를 가만 내버려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