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기 시작했습니다 - 독립생활 실전편
정현정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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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기. 자취. 독립.

자아에 대해서 처음으로 고민하는 청소년 시절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봤을 법한 작은 꿈. 나의 경우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가 집에서 멀어 처음으로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다. 기숙사 생활 2년 6개월, 하숙집 6개월, 자취 1년. 그리고, 임용고사를 준비하며 다시 집에서 지내다가 취업을 하면서 집에서 나와 혼자 살고 있다. 전셋집을 구해본 적은 없기에 진정한 의미의 혼자 살기는 아직이려나? 통계청 KOSIS의 2017년 통계에 따르면 1인 가구의 비중은 28.6%이며, 우리나라 인구 5,181만 1,167명 중에서 561만 8,677가구가 1인 가구라고 한다. 결코 적지 않은 수이다. 30대 중반의 정현정 작가는 올해로 혼자 살기 5년 차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1년 차의 울분을 잊지 않은 3년 차에 쓰기 시작해, 5년 차에 끝을 맺었다.

P4

'혼자 사는 것'을 주제로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읽다가 가끔 피식피식 웃음이 났는데, 공감이 되는 내용도 물론이거니와 작가의 조곤조곤 날리는 유머때문이었다. 작가가 두 번째 전셋집을 구하는 내용으로 시작해 이사하는 것의 고달픔, 정리에 대한 고찰, 여자 혼자 사는 것을 둘러싼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나는 에세이를 읽으면서도 쓸만한 정보를 찾는다.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그. 바퀴벌레가 나왔을 때는? 모든 벌레들의 천적인 세스코를 부르면 해결되지만 부담스러운 금액에 작가는 혼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 약을 먹고 둥지로 돌아가서 동료들과 함께 죽음을 맞이한다는 '맥스포스 셀렉트겔'과 집 안 틈새에 뿌려두면 해충을 흥분시켜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스프레이 약 '비오킬'로 8개월 정도는 그들의 모습을 보지 않았다고 한다.

읽으면서 조금 충격적이었던 쓰레기 도난 에피소드. 아침에 쓰레기 봉투를 내다 버렸는데, 작가의 종량제 봉투가 사라진 것이다. 저녁 즈음에 다시 확인해보니 저자의 쓰레기 봉투는 버렸을 때보다 더 꽉 차서 제자리에 놓여 있었다고 한다. 종량제 봉투도 돈을 내고 사야 하니, 봉투에 쓰레기로 꽉 차 있지 않거나 빈 공간이 남아있으면 가져다가 본인들의 쓰레기를 채운다는 거다. 나의 사생활이 가득 담겨있는 쓰레기 봉투가 무기력하게 오픈되다니. 충분히 소름돋는다. 쓰레기 버릴 때는 꽉!꽉! 105% 채워서 버리자.

>혼자 살면 남자들이 좋아한다면서요?

혼자 산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은 "남자들이 좋아하겠네"이다. 내가 혼자 사는 것만으로 인류의 절반을 기쁘게 할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중략) 여자가 혼자 살면서 매일 의식해야 하는 건 날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남자의 호의가 아니라, 혼자서 모르는 남자와 마주치는 상황에 대한 공포다. p79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때, 가전 제품을 배송한다거나 수리할 일이 있을 때, 혹은 택배를 시킬 때. 필연적으로 낯선 사람이 나의 공간으로 들어와야 하는 상황에서 혼자 사는 여자가 느껴야 하는 공포는 여자가 되어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모를 것 같다. 무심코 내뱉는 말이나 눈빛에도 간담이 서늘하다. 이에 대한 확실한 대책이 있을까? 혼자 살면 감수해야 하는 공포일까.

혼자 산다는 것은 어렸을 때 꿈꿨던 것처럼 환상적이거나 그렇다고 무척 편안하지도 않다. 물론 누군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오롯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도 있긴 하다. 그러나 그 장점을 누리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여러가지 책임에 대해서 묵묵히, 씩씩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 때, 진정한 독립도 가능하겠지. 혼자 살기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블루투스 스피커에 Lily Allen 음악 틀어놓고 1시간 40분만에 후루룩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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